시론 ·평론·시감상

깊고 멀다 - 치매행 238

洪 海 里 2018. 3. 10. 09:04

 


깊고 멀다

- 치매행致梅行 · 238

 

           洪 海 里


 

정은 깊어야 포근하고

깊으면 소리가 나지 않는다.

 

그리운 것은 멀리서 반짝이고

별은 멀어서 그립다.

 

그래서

사랑이다.

 

하여,

그리 깊고도 먼 것인가, 아내여!

 

  * 정이란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마음의 작용이나 그 현상을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정이란 것은 인간의 속성이고 마음에서 스스로 울어나는 본성이 아니겠습니까. 정은 사람됨을 말하고 인품을 말하기도 할 것입니다. 여기에 더하여 시인의 말은 정이 깊으면 포근하다고 했습니다. 심연의 정은 소리가 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이 고요의 중심에 시인은 있습니다. 마치 좌불坐佛처럼 앉아 있습니다. 방안이 깊은 산중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흔히 우리가 그립다는 것은 멀리서 반짝이는 별입니다. 하지만 시인이 그리워하는 것은 먼 곳에 있지 않고 가까운 곁에 있습니다. 사랑이 곁에 있어도 그 당사자(아내)는 정이 무엇인지를 모르며 사랑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불구입니다. 그러니 곁에 있어도 별 보다 더 먼 곳에 있는 것입니다. 아내여!라고 불러도 대답이 없는 먼 곳입니다. 이 깊고 멀다는 거리가 실제로는 곁에 있지만, 소통불능의 현실은 아득한 곳에 있다고 보는 게 이 시의 결론입니다. 어찌 수궁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출처] 깊고 멀다|작성자 솔봉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