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난초밭 일궈 놓고』1994

통일 살풀이춤

洪 海 里 2018. 4. 11. 11:00

통일 살풀이춤

 

洪 海 里

 

 

1.
풀어라 풀어라 살을 풀어라
반세기 반신불수 버르적거리는
백두산 천지 한 손에 잡고
한라산 백록담 딴 손에 올려놓고
묘향 구월 설악 금강 지리산 가슴에 품어
북한산 도봉산 손을 잡아라
온갖 새들 꽃 속에 노래하고
노루 토끼 다람쥐 겁없이 뛰어노는
비무장지대 우거진 풀밭에 서서
안주 용천 예당 연백 경기평야
나주 김해 호남의 너른 들판에 서서
몸을 던져 풀어라
백두대간 바윗속 흐르는 물길이듯이
죽은 듯이 잠자던 푸나무들
봄이 오면 맥이 뛰어 푸르러지듯
두만강 낙동강 대동강 청천강
영산강 압록강 섬진강이 모두
한강으로 한강이 되게
살 풀어라 살 풀어라
혼을 던져 추기고
맺힌 한을 풀어 풀어
백두산 상상봉에 북을 놓고
물보라 푸르게 하늘까지 피우고
한라산 꼭대기에 북을 놓아
사슴 떼 덩실덩실 춤을 추도록
칠천만이 일어나 북을,
북을 때리면
두 팔을 서서히 들어 올리며
장단따라 엇바꿔 떨어뜨릴 때
흐르다 멈칫 꺾여지고
팔이 들리면서 온몸이 떠오르네
치마를 돌려 잡은 손
앞으로 뻗은 팔에 장단이 실려
돌다가 머무르고
다시 돌아 놀아 보고 으쓱으쓱 치올리니
가득가득 차는구나
칠천만의 춤사위 천지가 차는구나
흰 명주수건 긴 자락
오른팔 왼팔로 옮겨잡고
때로는 던져서 떨어뜨리고
몸을 굽혀 엎드려 들어올리며
울음으로 떨치고 기쁨으로 사루나니
울림 속의 정적으로
고요 속의 떨림으로
센 살 풀고 끼인 살 풀어
살아 속박 이냥 풀어 자유천지 그곳으로
피리 대금 장구 해금 북소리 어우러진 그곳,
푸른 안개 속 문득 무의 춤이 있구나
백두 한라 두 가슴 풀어
그곳도 흥건히 젖어
땅기운 하늘기운 바람기운으로
살풀이 살풀이 춤을 추어라
동해바다 서해바다 남해바다가
남녘땅 북녘땅 기운을 모아
통일, 통일하는 춤을 추어라
비색을 푸는 바람의 손길따라
흰 돛단배 신명의 바다로 떠나가고
제주도 백령도 독도 신미도가 눈썹 위에 뜨는구나
흰옷 입은 사람들의 꿈으로 엮는
춤의 춤, 마지막 춤, 살을 풀어 추는 춤,
떨리는 아름다움
멈춤 속의 움직임
눈물 젖은 웃음으로
살 풀고 액 때우고
화를 사뤄 한을 풀어
온몸으로 춤을, 춤을 추어라
신이 오르고 신명이 나서
마침내 하나가 되는
그날까지 그날까지 춤을 추어라
산 하나 강 하나 하늘 하나 땅 하나
아아, 드디어, 우리도 하나
살풀이 살풀이 춤을 추네.

 

2.

어둡고 춥던 1960419

그 밝던 젊음들이여!

아직도 이렇게 캄캄한 주검으로 누워

이 땅에 봄이 와 진달래 벌고 매화가 피어나도

여전히 구천에 떠도는 꽃넋들이여!

하늘 가득 차는 그대들의 멍든 혼

이제 매운 사랑의 불꽃으로 피어

아직도 병든 세상 다시 태우고 태워 주기를!

그날의 함성이 희망의 빛으로 되살아나

통일의 길을 밝히는 등불이 되기를!

오늘 이 자리

우리 모두 손 모으노니

부끄러운 두 손을 모아 기원하노니

위대한 혁명의 주인공인 영혼들이여!

이 땅의 천만 겹 어둠을 불살라

자유 정의 진리를 밝혀 준 십자군이여!

우리 모두 살풀이춤을 추며 노래하오니

이 땅의 모든 부정 부패, 불신과 비리와 탐욕의 고리를 끊고

북한산의 맑고 서늘한 기운을 모아

분열을 화합으로

분단을 통일로 갈 수 있도록 하소서!

이제는 사람이 사람의 자리에 서서

사람으로 사는  사람 세상

사람이 사람 노릇하고 사람 대접 받는 세상

사람이 사랑인 세상이 되게 하소서!

서로 보듬고 사랑하는 훈훈한 인정의 사회

자유의 불꽃이 활활 피어오르고

정의의 깃발이 힘차게 펄럭이는

평등과 믿음의 나라

진리가 진리로 갑하는 나라가 되게 하소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손을 잡고

기대와 소망과 염원의 종을 울리며

자유와 평화와 평등의 북을 울리며

우리 모두가 하나가 되어 어울려 사는

아름답고 따뜻한 사랑의 나라로,

비단길 펼쳐진 환한 내일로 나아가게 하소서!

우리나라 만세!

대한국민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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