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커니 잣거니』(미간)

월간《우리詩》편집실 풍경

洪 海 里 2020. 2. 3. 13:07

월간《우리詩》편집실 풍경


洪 海 里



여섯이 잡지 교정일을 하다

점심 때가 되자

중화요리로 결정하고

음식 주문을 받는다

여섯이 다 각각이다


'중국식 냉면 / 여연如然

자장면 / 임보林步

짜장면 / 은산隱山

해물잠뽕 / 하정下正

삼선우동 / 후조後凋

해물볶음밥 곱배기 / 임파林波

싸구려 명주名酒인 이과두주二鍋頭酒(56% vol.) 6병

삭힌 오리알 쑹화단松花蛋 1접시'


오후의 일은 이제 다 했구나!

지딱지딱 마치고

다시 차린 뒤풀이는

한여름날의 짧은 한 장의 꿈

꿈속의 꿈이로다!


- 월간《우리詩》2020. 4월호.




쑹화단松花蛋

 

洪 海 里



잘 삭힌 홍어처럼이나

오리알이 푹 삭고 나면

제 몸속에 송화를 피운다

꾀꼬리 울 때

노랗게 날리는 송홧가루

그 사이를 날아

새는 소나무 속으로 숨고

알은 썩어서도

꽃을 피워 제 몸을 연다

드디어

백자 접시에 현현하니

천하 진미 따로 없다.

 

* '피단皮蛋'이라고도 불리는 삭힌 오리알.

 

- 시집『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도서출판 ,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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