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우리詩》편집실 풍경
洪 海 里
여섯이 잡지 교정일을 하다
점심 때가 되자
중화요리로 결정하고
음식 주문을 받는다
여섯이 다 각각이다
'중국식 냉면 / 여연如然
자장면 / 임보林步
짜장면 / 은산隱山
해물잠뽕 / 하정下正
삼선우동 / 후조後凋
해물볶음밥 곱배기 / 임파林波
싸구려 명주名酒인 이과두주二鍋頭酒(56% vol.) 6병
삭힌 오리알 쑹화단松花蛋 1접시'
오후의 일은 이제 다 했구나!
지딱지딱 마치고
다시 차린 뒤풀이는
한여름날의 짧은 한 장의 꿈
꿈속의 꿈이로다!
- 월간《우리詩》2020. 4월호.
쑹화단松花蛋
洪 海 里
잘 삭힌 홍어처럼이나
오리알이 푹 삭고 나면
제 몸속에 송화를 피운다
꾀꼬리 울 때
노랗게 날리는 송홧가루
그 사이를 날아
새는 소나무 속으로 숨고
알은 썩어서도
꽃을 피워 제 몸을 연다
드디어
백자 접시에 현현하니
천하 진미 따로 없다.
* '피단皮蛋'이라고도 불리는 삭힌 오리알.
- 시집『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도서출판 움,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