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이별은 연습도 아프다』(2020)

시간은 제자리 - 치매행致梅行 · 332

洪 海 里 2018. 9. 5. 14:32

시간은 제자리

- 치매행致梅行 · 332


洪 海 里




누워 있는 아내를 내려다보면

두 눈에 고요한 원망이 그렁그렁

망연하다


가슴에 구멍이 뚫리고

바람이 와서 운다


산 하나 넘고 나면

더 높은 산이 막아서고

강을 건너면

또 다른 강이 검푸르게 넘실거린다


어쩌자고 시간은 아득바득 흘러가는가

시간은 제자리인데

내가 무턱대고 흘러가는 것은 아닌가


그리운 항구도 없고

즐거운 술집도 없는


살아 있는 무의식이 있을 뿐

의식은 어디로 갔나


내 영혼의 아들마늘은 어디 있는가


"동생이 살았으면 좋겠다가도

때론 죽는 게 나을 거란 생각도 든다."


-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에서 길버트의 혼잣말.




 * 2014. 박흥순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