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이별은 연습도 아프다』(2020)

만시지탄 - 치매행致梅行 · 333

洪 海 里 2018. 9. 5. 14:36

만시지탄

- 치매행致梅行 · 333

洪 海 里



왜 그때는 안 보였을까

아니 왜 내가 못 보았을까

그때는 왜 안 들렸을까

아니 왜 못 들었던 것인가


이제서야 지난날이 가슴속에 들어오다니

아내에게 아무것도 해 주지 못한 것이

이제 와서 나를 울리다니

내 가슴에 못으로 박히다니


시간은 모든 것을 묻는다

무엇이든 다 묻혀지고 만다

나는 잊는다 나도 잊혀진다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믿어지지 않는 세월이었다

꿈을 꾸고 있었던 것일까

인생 일장춘몽이라는데

바늘구멍은 왜 넓기만 한 것인가!





 * 박흥순 그림(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