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제자리
- 치매행致梅行 · 332
洪 海 里
누워 있는 아내를 내려다보면
두 눈에 고요한 원망이 그렁그렁
망연하다
가슴에 구멍이 뚫리고
바람이 와서 운다
산 하나 넘고 나면
더 높은 산이 막아서고
강을 건너면
또 다른 강이 검푸르게 넘실거린다
어쩌자고 시간은 아득바득 흘러가는가
시간은 제자리인데
내가 무턱대고 흘러가는 것은 아닌가
그리운 항구도 없고
즐거운 술집도 없는
살아 있는 무의식이 있을 뿐
의식은 어디로 갔나
내 영혼의 아들마늘은 어디 있는가
"동생이 살았으면 좋겠다가도
때론 죽는 게 나을 거란 생각도 든다."
-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에서 길버트의 혼잣말.
* 2014. 박흥순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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