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이별은 연습도 아프다』(2020)

까마아득 - 치매행致梅行 · 338

洪 海 里 2018. 9. 24. 08:07

까마아득

- 치매행致梅行 · 338


洪 海 里



추석 아침입니다

秋夕은 가을 저녁인데 몇 시간 더 있어야

보름달이 둥두럿이 떠오르는 한가위가 됩니다

자식들이 왔다 가고 또 왔다 갔습니다

얼굴 한번 바라보고 봉투 하나 놓고 갔습니다

그러면 잘한 것이지요

뭘 더 바라겠습니까

아내에게 환자용 음식을 한 술, 한 숟가락 떠먹이고

몇 차례 받내면서 가만히 생각해 봅니다

아직 멀었구나 멀었어

반평생 내가 받은 것 반에 반이라도 갚아 주려면

가마득하구나

아니 까마아득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내에게 진 빚을 새수못하고

새새거리기만 했으니 언제 다 갚겠습니까

집 나가면 고생이라는 명절 오후

길이 막히고 차가 막히는 고향 소식을 보며

집에 갇혀 있는 게 행복이란 생각을 해 봅니다

아내여, 날 집에 잡아놓아 줘서 고맙습니다

기막히게 밝은 달을 올려다보며

올해 추석도 이렇게 저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