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아득
- 치매행致梅行 · 338
洪 海 里
추석 아침입니다
秋夕은 가을 저녁인데 몇 시간 더 있어야
보름달이 둥두럿이 떠오르는 한가위가 됩니다
자식들이 왔다 가고 또 왔다 갔습니다
얼굴 한번 바라보고 봉투 하나 놓고 갔습니다
그러면 잘한 것이지요
뭘 더 바라겠습니까
아내에게 환자용 음식을 한 술, 한 숟가락 떠먹이고
몇 차례 받내면서 가만히 생각해 봅니다
아직 멀었구나 멀었어
반평생 내가 받은 것 반에 반이라도 갚아 주려면
가마득하구나
아니 까마아득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내에게 진 빚을 새수못하고
새새거리기만 했으니 언제 다 갚겠습니까
집 나가면 고생이라는 명절 오후
길이 막히고 차가 막히는 고향 소식을 보며
집에 갇혀 있는 게 행복이란 생각을 해 봅니다
아내여, 날 집에 잡아놓아 줘서 고맙습니다
기막히게 밝은 달을 올려다보며
올해 추석도 이렇게 저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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