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절망
- 치매행致梅行 · 340
洪 海 里
가장 시시한 것이 위대하고
아무것도 아닌 것이
전부인 걸 알기까지
얼마나 긴 세월이 흘렀던가
검정 고무신이 명품 수제구두보다
더 좋았던 시절이 있었지
이렇듯 절망도 때로는 환해서
날 일으켜 주는 힘이 되나니
울지도 못하는 아내
몸과 마음 모두 은결들어서
반비알진 채 누워 있고
가라지 꼴이 된 내가 그 곁을 지키네
그래도 봄이 오면 눈이 녹고
꽃 피고 새 지저귀는 소리
무주공산을 밝히지 않겠는가
온새미로 환하게 세상 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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