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이별은 연습도 아프다』(2020)

밝은 절망 - 치매행致梅行 · 340

洪 海 里 2018. 9. 24. 12:25

밝은 절망

- 치매행致梅行 · 340


洪 海 里




가장 시시한 것이 위대하고

아무것도 아닌 것이

전부인 걸 알기까지

얼마나 긴 세월이 흘렀던가


검정 고무신이 명품 수제구두보다

더 좋았던 시절이 있었지

이렇듯 절망도 때로는 환해서

날 일으켜 주는 힘이 되나니


울지도 못하는 아내

몸과 마음 모두 은결들어서

반비알진 채 누워 있고

가라지 꼴이 된 내가 그 곁을 지키네


그래도 봄이 오면 눈이 녹고

꽃 피고 새 지저귀는 소리

무주공산을 밝히지 않겠는가

온새미로 환하게 세상 끝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