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공滿空
洪 海 里
눈을 버리면서
나는 세상을 보지 않기로 했다.
귀도 주면서
아무것도 듣지 않기로 했다.
마음을 내 마음대로 다 버리니
텅 빈 내 마음이 가득했다.
아무것도 아닌 것을
내 것이라고,
바보처럼
바보처럼 안고 살았다.
- 시집『독종毒種』(2012, 북인)
♣ 만공滿空을 읽고 나서... / 道隱 정진희(시인)
만월滿月
마음을 버리면 가득하게 차는 것을,
더 바라지 않으면 행복하다는 것을,
늙어서야 알게 되었다.
아내에게도 자식에게도 친구에게도 돈과 건강도
더 바라지 않고 살기로 했다.
둥근달이 휘영청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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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공滿空
洪 海 里
실오라기 한 가닥 걸치쟎아도 부끄럽지 않아라 당당한 알몸 다갈색 바람 짙은 침묵 묵화를 치고 있는 저녁 하늘 여름내 앓던 울음속에 눈을 뜨는 새벽녘 껍질을 다 벗어 더 벗을 것 없는 알몸으로 일어서는 빛 빛나는 저 이슬 속의 들녘 투명한 충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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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1980, 민성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