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찬
- 치매행致梅行 · 237
洪 海 里
삶은 감자 한 알
달걀 한 개
애호박고추전 한 장
막걸리 한 병.
윤오월 초이레
우이동 골짜기
가물다 비 듣는 저녁답
홀로 채우는 잔.
- 시집 『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 도서출판 움, 2018
삶은 감자와 달걀에 전이 놓였다면 막걸리 안주로는 어지간한데, 가만 보니 그게 아니다.
만찬이어서, 함께 즐기는 손님은커녕 홀로 잔을 채우는 그만의 만찬이어서 애잔하다.
한 알, 한 개, 한 장이 막걸리 한 병의 초대라니.
오랜 가뭄에 더는 견딜 수 없는 몸, 마른 골짜기 적시려고 혼자 잔을 채우는 이의 저녁은 쓸쓸하다.
오래 묵은 독작을 엿보다가 문득 방문을 열고 들어가 마음에 둔 잔을 꺼낸다.
- 금 강.
'시론 ·평론·시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깊고 멀다 - 치매행致梅行 · 238 (0) | 2018.12.13 |
---|---|
불통 (1) | 2018.12.13 |
눈사람 - 치매행致梅行 · 234 (0) | 2018.12.10 |
시작詩作 - 치매행致梅行 · 233 (0) | 2018.12.10 |
오늘은 눈썹도 천근이다 - 치매행致梅行 · 231 (0) | 2018.1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