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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 - 치매행致梅行 · 234

洪 海 里 2018. 12. 10. 18:40

눈사람 

- 치매행致梅行 · 234

 

  洪 海 里

 

 


사랑은 눈사람

겨울 가고 봄이 오면,

 

슬그머니

목련 가지 끝에 앉아 있다.

 

연인들은

목이 말라 사막을 헤매지만,

 

겨울이 가고 나면

나뭇가지마다 꽃을 다는데,

 

아내의 나라에는 봄이 와도

내리 눈만 내려 쌓이고 있다.

 

          - 시집 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 도서출판 움, 2018


 



 


 


  * 사랑을 시작할 때마다 나는 한 번도 경험하지 않았던 세상을 만납니다.

모양을 바꾸고 자리도 고쳐 앉은 사랑은 늘 새롭게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겨울바람에 꽁꽁 묶었던 시절 잠깐 떠오르지만, 새로 피운 꽃망울을 보고 금세 몸이 부풀어 오릅니다.

여기까지는 당신이 그 나라에 눕기 전 고백입니다. 함께 쓰고 함께 읽던 편지입니다.

 

  이제 나는 봄바람이 손끝 발끝 간질이는 날에도 속을 터뜨리지 못합니다.

무수한 사랑의 언어가 창에 걸려도 화답의 입술을 열지 못합니다.

심장이 불타올라도 마음을 숨기고 눈치 보며 살아야 합니다.

화답하지 못하는 사이에도 눈은 녹겠지요. 꽃망울은 오르겠지요.

계절의 순환이 멈춘 나뭇가지는 꽃눈의 기억도 덮어버리고 맙니다.

     - 금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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