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론·시감상

맑은 적막 - 치매행致梅行 · 259

洪 海 里 2018. 12. 14. 17:45

맑은 적막

         - 치매행致梅行 · 259

 

                         洪 海 里

 

 

겨울 산은 높이가 있어 맑기 그지없고

깊이가 있어 적막하기 짝이 없다.

 

다 내려놓은 나무들

산을 꼭 껴안고 있어 산은 춥지 않다.

 

천년이, 만년이, 하루였으니

달빛은 얼마나 무량한가.

 

눈도 멀고 귀도 먹어

좌망坐忘하고 있는 겨울 산 올올兀兀하다.

 

어찌하여

사람은 나일 먹어도 그리 되지 않는가?

 


          - 시집 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 도서출판 움, 2018


 



 


 


  * 얼마나 오래 산으로 살아야 맑은 적막으로 들어갈까.

하늘 아래 천년으로 앉아 몸에 붙은 생각의 터럭을 날리고, 그러고도 군데군데 기생하는 잡념까지 다 덜어내면 나는 비로소 산이다.

겨울 산으로 앉은 사내 외로움도 달빛으로 씻은 사내는 눈 감고 귀도 닫아 이제 아무것도 가진 것 없다.

맑아지고 맑아져 우두커니, 한겨울 우두커니 오두막에 앉아

 

  적막했던 산에 진달래 지천으로 피어오르던 날에도 몸을 서둘러 일으키지 않는다.

좌망 끝에 들려오는 당신의 한 마디 그리울 뿐이다.

이 먹어도 한 번씩 꿈틀거리는, 목소리로 오라.

이처럼 맑은 고요를 깨뜨리는 이, 나를 안아줄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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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금강하구사람| 원글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