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게
- 치매행致梅行 · 252
洪 海 里
물 마른 샘에는
고기가 살지 못 하듯이
죽은 나무 가지에는
새가 깃들이지 않듯이
파투난 노름판에
개평꾼도 사라지나니
있이 사나 없이 사나
살아 있어야 제왕일러니
첫눈 내리는 날에는
너나 나나 열일곱이 되자.
- 시집 『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 도서출판 움, 2018
* 청상靑孀도 아닌데, 홀로 누운 당신에게 나는 무엇인가.
어제는 물기 마른 얼굴만 오래 쓰다듬는 목마른 물고기로 살았다.
오늘은 대답 없이 돌아누운 등뼈에 몇 마디 얹어주는 한 마리 새로 앉았다.
잠깐, 촉촉한 몸에서 내리는 물줄기 따라 유영하는 꿈을 꾼 적 있다.
당신의 등을 안고 잠든 밤에는 사랑놀음의 부스러기도 뜨겁던 시절을 떠올렸다.
술을 부르고 노래 부르고 시를 부른다.
살아 있어서, 시인이다.
다만, 창밖 눈 스치는 소리가 시리다.
첫눈 내리는 날이면 젊은 당신이 그립다.
한 번 열일곱의 이름으로, 열일곱의 몸으로 가자고 쓴다.
떼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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