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론·시감상

아내에게 - 치매행致梅行 · 252

洪 海 里 2018. 12. 14. 17:41

아내에게


         - 치매행致梅行 · 252

 

             洪 海 里

 

 

물 마른 샘에는

고기가 살지 못 하듯이

 

죽은 나무 가지에는

새가 깃들이지 않듯이

 

파투난 노름판에

개평꾼도 사라지나니

 

있이 사나 없이 사나

살아 있어야 제왕일러니

 

첫눈 내리는 날에는

너나 나나 열일곱이 되자.



 


        - 시집 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 도서출판 움, 2018

 




 


 


  * 청상靑孀도 아닌데, 홀로 누운 당신에게 나는 무엇인가.

어제는 물기 마른 얼굴만 오래 쓰다듬는 목마른 물고기로 살았다.

오늘은 대답 없이 돌아누운 등뼈에 몇 마디 얹어주는 한 마리 새로 앉았다.

 

  잠깐, 촉촉한 몸에서 내리는 물줄기 따라 유영하는 꿈을 꾼 적 있다.

당신의 등을 안고 잠든 밤에는 사랑놀음의 부스러기도 뜨겁던 시절을 떠올렸다.

 

  술을 부르고 노래 부르고 시를 부른다.

살아 있어서, 시인이다.

다만, 창밖 눈 스치는 소리가 시리다.

첫눈 내리는 날이면 젊은 당신이 그립다.

한 번 열일곱의 이름으로, 열일곱의 몸으로 가자고 쓴다.

떼를 쓴다.


가져온 곳 : 
블로그 >금강하구사람
|
글쓴이 : 금강하구사람| 원글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