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選集『洪海里는 어디 있는가』(2019)

찔레꽃에게

洪 海 里 2018. 12. 31. 04:51


  * 정대재 님의 페북에서 옮김.(2020.05.12.)



찔레꽃에게

 

洪 海 里

 


찔레꽃 피었다고 저만 아플까

등으로 원망하고

어깨로 울며 가더니

가슴에 눈물로 물거품 지어

물너울 치며 오는구나

슬픈 향기 자옥자옥 섭섭하다고

그리움은 그렁그렁 매달리는데

꽃숭어리 흔들린들 지기야 하겠느냐

푸른 잎 사이사이 날카로운 가시여

그게 어찌 네 속마음이겠느냐

그렇다고 꽃 이파리 다 드러낼 리야

꽃잎마다 네 이름을 적어 놓느니

저 꽃이 지고 나면

빨간 사리가 반짝이며 익으리라

낙엽 지고 갈바람 불어온다 한들

찬 서리하늘 어이 석이지 않으랴

저렇듯 네 가슴도 환하게 밝혀지리니

찔레꽃 진다고 저만 아프겠느냐.

 

- 시집『황금감옥』(2008, 우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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