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選集『洪海里는 어디 있는가』(2019)

먹통사랑

洪 海 里 2018. 12. 31. 06:29

먹통사랑


 洪 海 里



제자리서만 앞뒤로 구르는
두 바퀴 수레를 거느린 먹통,
먹통은 사랑이다
먹통은 먹줄을 늘여
목재나 석재 위에
곧은 선을 꼿꼿이 박아 놓는다
사물을 사물답게 낳기 위하여
둥근 먹통은 자궁이 된다
모든 생명체는 어둠 속에서 태어난다
어머니의 자궁도 어둡고
먹통도 깜깜하다
살아 있을 때는 빳빳하나
먹줄은 죽으면 곧은 직선을 남겨 놓고
다시 부드럽게 이어진 원이 된다
원은 무한 찰나의 직선인 계집이요
직선은 영원한 원인 사내다
그것도 모르는 너는 진짜 먹통이다
원은 움직임인 생명이요
또 다른 생명을 탄생시키기 위해 직선이 된다
둥근 대나무가 곧은 화살이 되어 날아가듯
탄생의 환희는 빛이 되어 피어난다
부드러운 실줄이 머금고 있는
먹물이고 싶다, 나는.

                - 시집『푸른 느낌표!』(2006, 우리글)




  * 먹통은 먹줄의 집이다.

짧은 거리를 재거나 표시할 때는 자가 유용하겠지만 길이가 제법 길어지면 먹줄이 제격이다.

먹통에서 줄을 뽑아가서 가볍게 튕겨주면 곧은 직선을 얻을 수 있다.

먹줄을 돌돌 말아 먹통 속 먹물에 재면 선명한 줄 자국을 언제든지 얻을 수 있으니 요긴하게 쓰일 데가 많다.

먹줄 놓인 대로 자르거나 덧대면서 집 한 채 들어서기도 할 것이다.
  시인은 이런 쓰임새 말고도 먹통의 어둠과 감겨 있는 모양새에 주목한다.

자궁을 닮은 어둠이 생명을 키운다는, 세상의 원형이 직선을 낳고 다시 안아서 보듬어 준다는 발상을 먹통으로부터 얻어낸 것이다.

세상에 때 묻고 건조해진 채 귀가한 먹줄에게 물기를 전해줄 먹물이고 싶어 하는 따뜻한 인간애도 보여준다.
먹통을 보고도 아무것도 얻지 못하는 바보 먹통이라도 통하려는 마음만은 잊지 말아야겠다. 
           - 이동훈(시인)


  * 먹통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목수들의 필수품으로 나무에 홈을 파서 먹물을 넣어 실을 적셔 바퀴에 감아 두었다가 팽팽하게 풀어 직선을 긋는 데 사용하는 목공용 도구이다.  시인은 이 먹통을 사랑이라고 이름짓고 그 사용 과정으로 인간 존재의 이중적 실상과 자아와 세계의 관계, 그리고 자신의 꿈을 보여 주고 있다. ‘원/직선, 빳빳함/부드러움, 계집/사내, 어둠/빛, 안/밖’ 등의 대립적 의미들이 쌍을 이루고 새로운 상징체계를 구축하며 그러한 의미들을 암시하고 있다. 먹줄을 감아 둔 바퀴가 있는 먹통의 안쪽은 그러한 구별과 대립들이 존재하지 않는 무의식이라는 심리적 공간을 상징하고 있다. 실이 감겨 있는 먹통의 내부는 원이지만 직선을, 어둠이지만 빛을 내포하고 있고, 계집이면서 사내이고, 안이지만 밖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다. 즉 구별과 대립 이전의 카오코스모스적 공간이요 자궁처럼 장차 생산될 생명과 언어가 내재된 침묵의 공간이다. 이 시라는 상징체계 안에서 먹통, 실, 먹물 등은 새로운 질서에 의해 변용 되며 새로운 의미나 가치를 갖게 된다. 그리고 삶의 주체인 인간, 세계, 그리고 양자의 대립과 조화, 그 사이에서 먹물이 되고 싶은 시인의 꿈을 대신 보여주고 있다. 시인은 언어로써 하나의 놀이를 하며 현실 속에서 다 이루지 못한 욕망을 간접적으로 암시하며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 김석환(시인)     





墨斗的愛

             

 洪 海 里


 


輪在槽里

現在輪里

墨在線里

愛在墨里

這就是墨斗

給你帶來的惊喜

墨料與石林

常不印它筆直的標記

它把線繃得緊緊的

死去的時候

它把直線留給別人, 把圓留給自己

圓是無數瞬間直線的情人

直線是永恒的直線圓的伴侶

憧了嗎

直像墨斗的你

爲了新的直線另 个生命的誕生

圓情愿成爲變遷的荒地

如同竹筒削成飛射的箭頭

誕生的喜悅己悄然升起

啊, 我渴望線是含線的墨汁

旣柔和, 又細膩


- 中譯 : 金金龍(詩人).

'詩選集『洪海里는 어디 있는가』(2019)'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까치와 권총  (0) 2018.12.31
시월  (2) 2018.12.31
귀북은 줄창 우네  (0) 2018.12.31
찔레꽃에게  (0) 2018.12.31
호박  (0) 2018.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