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選集『洪海里는 어디 있는가』(2019)

종이 있는 풍경

洪 海 里 2019. 1. 3. 04:40

이 있는 풍경


 洪 海 里



1

종은 혼자서 울지 않는다

종은 스스로 울지 않고

맞을수록 맑고 고운 소리를 짓는다

은 소리가 부리는 종

울림의 몸,

소리의 자궁

소리는 떨며

가명가명 길을 지우고

금빛으로 퍼지는 울림을 낳는다

 

2

종은 맞을수록 뜨거운 몸으로 운다

나의 귀는 종

소리가 고요 속에 잠들어 있다

종은 나의 꿈을 깨우는 아름다운 폭탄

그 몸 속에 눈뜬 폭약이 있다

위로의 말 한마디를 위하여

종은 마침내 소리의 집에서 쉰다

 

3

종은 때려야 산다

선다

제 분을 삭여 파르르파르르 떨며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울음으로

하나의 풍경이 된다.


-『푸른 느낌표!』(2006, 우리글)


'詩選集『洪海里는 어디 있는가』(2019)'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이천행  (0) 2019.01.03
비 오는 날  (0) 2019.01.03
비밀  (0) 2019.01.02
추억, 지다  (0) 2019.01.01
옥매원玉梅園의 밤  (0) 2019.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