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選集『洪海里는 어디 있는가』(2019)

석류石榴

洪 海 里 2019. 1. 7. 11:03

석류石榴

洪 海 里

 


줄 듯
줄 듯

입맛만 다시게 하고
주지 않는

겉멋만 들어
화려하고

가득한 듯
텅 빈

먹음직하나
침만 고이게 하는

얼굴이 동그란
그 여자

입술 뾰족 내밀고 있는.


- 시집『황금감옥』(우리글, 2008)

 


* 사물 혹은 여인의 향기 / 김석훈(시인 · 평론가)

   사물은 마력의 산물이다. 사물은 하나의 우발적 생산물이 아니다. 사물은 읽기다. 사물은 느껴지는 존재다. 교감 혹은 조웅. 견자 혹은 통감 상상력 혹은 특발성. 시말의 펼침은 사물의 펼침이다. 감칠맛 나는 시말. 사물이 발하는 감각적 기호. 시말은 사물이 펼쳐내는 역동적 감각을 의미의 기호로 코드 변환시키는 말-사태이다. 날아오르는 상상력. 사물의 내면읽기. 사물과 시인의 이접 혹은 몽타주. 시인이 펼쳐내는 물질적 상상력은 이접된 사물을 이접시키는데 있다. 석류를 여성으로 이접시키기. 몽타주는 상호 이질성이 동류항으로 전환되는 알레고리인데, 그것은 불연속적 사태가 빗어내는 불협화음의 향유에 있다. 차이 나는 기호와 기호 사이의 대립각. 상호 이질적인 사태의 병치. 몽타주의 몽타주. 시말의 본성은 말과 말을 이접시킨 몽타주다.

  홍해리의 시「석류」는 시말이 지니는 상상력과 사물을 절묘하게 이접시켜 하나의 말-사태를 연출하고 있다. 석류는 여성이다. 석류는 에스로겐을 분비하는 여성의 유혹적 향기이다. 부드러운 살결과 향기. 성적 이미지와 사물의 본성. 석류는 여성의 동그란 얼굴이다. 하여 석류는 키스다, 섹스다, 유혹이다. 그러나 석류 속에 응고된 시인의 리비도는 에로티시즘으로 고양되지 않는다. 석류는 지불이 정지된 리비도의 경제학 위에 펼쳐지는 유혹인데, 그것은 상상적 섹스다. 응시하는 주체, 도발적 의미를 분출하는 사물, 사물의 여인으로의 탈바꿈. 편집증적 응시는 집요한 눈빛의 교환이자, 물질적 상상력이 도발적인 성적 코드로 변환되는 지점인데, 시인의 응시는 리비도의 경계면 속으로 무한 질주하게 된다. 다시 말해서 홍해리 시인이 ‘주다’, ‘다시다’, ‘먹다’라는 감각적인 동사들 속으로 자신의 리비도의 경제학적 욕망을 우회시킬 때, 성의 직접성(섹스 그 자체)은 ‘듯’이라는 유보적 태도 밑으로 가라앉는다. 유혹을 유혹으로 대체하는 시말운동. 그러나 리비도는 차연 유예된 채, 유혹의 비탈면을 가로질러간다. 그것은 리비도의 성취의 실패가 아니라, 리비도를 유예시킴으로써 더 큰 리비도를 도발하게 된다. 아름답고 얼굴이 동그란 그녀의 뾰족 내민 입술이 시인을 유혹한다. 키스하고 싶다, 사랑하고 싶다. 분비되는 테스토스테론 혹은 남성성. 여성성 혹은 에스트로겐의 분비. 유혹은 동시적이다. 유혹은 상호 일치되는 교감이다. 하여 유혹은 남성성과 여성성이 발하는 강렬한 눈빛 속에 교환되는 상상적 섹스다. 



 

* http://blog.daum.net/jib17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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