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選集『洪海里는 어디 있는가』(2019)

감자

洪 海 里 2019. 1. 7. 10:49

감자

 

洪 海

 

 

 

감자는 온몸이 눈이다

그래서 감자는 둥글둥글 세상을 본다

어둠 속에서도

온몸의 독을 모아 눈을 틔운다

그래서 새싹은 아름답다, 귀엽다

독은 힘이다

생명을 탄생시키는 힘이다

독을 함부로 쓰지 마라

덩이줄기에 나선형으로 나 있는 눈

달걀처럼 숨을 쉰다

눈에서 어린싹이 돋아난다

세상으로 나가

또 하나의 세상을 열기 위해 눈을 뜨는 것이다

그러나

감자는 눈의 뒤치다꺼리에 등이 휜다

그래도 눈이 수군대는 소리 들린다

비 오는 날 감자를 강판에 갈아

부추 호박 매운 고추 종종 썰어넣고

감자전을 부치면 땅속에서 달이 떠오른다

달에도 수없이 많은 눈이 있다.

 

  - 시집『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도서출판 , 2016)

 

* http://cafe.daum.net/yesarts에서 옮김.


  생각은 우리를 새롭게 한다. 생각은 공부에서 나온다.

그 공부가 교과서적인 지식 공부를 말하는 것이 아님은 누구나 알 것이다.
시인은 감수성이 발달한 사람이지만, 공부와 생각이 뒷받침되지 않는 감수성은 위태롭고,
그것이 수반되지 않을 때 감수성조차도 진부해진다.
  - 정효구 / 문학평론가, 충북대 교수 -
 
 
   감자는 삶이다. 감자와 삶을 연결지어 사유를 펼친 시편이다.
감자의 독은 힘, 독을 품고 달려드는 의지에는 아무도 못 당한다.
악바리의 힘이다. 감자는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자식들을 길러내신 어머니 삶과도 닮아 있다.
감자는 온몸이 눈이고, 눈의 뒤치다꺼리에 등이 휘었다.

   - <모과의 詩건축학> 2018. 5. 29.(정효구 /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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