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選集『洪海里는 어디 있는가』(2019)

부채

洪 海 里 2019. 1. 7. 11:12

부채 

 

洪 海 里

 

 

 

 

한평생
바람만 피웠다

 

여름내 무더위에
몸뚱어리 흔들어 쌓다

 

살은 다 찢겨나가고
뼈만 남아

 

초라한 몰골
아궁일 바라보고 있다.

 

 

-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2017, 움)

 

 

   * 이 시를 이해하는데 각별히 어려움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짧은 시를 접한 독자들은 대개 아, 중의적인 표현이 되어 있는 시로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어쩌면 젊어 바람만 피우다가 이제 노년에 기운이 다 빠져 폐기처분 직전의 바람둥이나 난봉꾼을 떠올리며, , 당연지사이지 하고 의미 있는 조소를 머금을 지도 모르겠다. 해석이 다양하다는 것이 이 장르의 커다란 장점이다. 다양하면 다양할수록 시의 함축성은 큰 것이기에 좋은 시라고 할 수 있다.

이 시는 바람구멍소리의 이치에서 바로 구멍의 이야기다. 바람을 항구적인 것으로 본다면 구멍은 바람이라는 것을 품에 안아야 하는 유한한 존재다. 왜 부채는 한평생 바람만 피웠는가. 바람을 피운다는 것은 구멍이 바람을 맞이하여 소리를 내는 행위이다. 그것이 한평생이었다면 거의 운명적이다.

바람을 우주에 편만한 시적인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구멍은 이런 시적인 것을 구체적으로 붙드는 시인이다. 그리고 바람을 피운다는 것은 시적인 것을 시인이 붙들어 언어화시키는 창조적인 작업이다. 시적인 것이 시가 아니고, 시인도 시가 아니다. 바람이 구멍을 만나야, 시적인 것이 시인을 만나야 한 편의 시가 지상에 오롯이 남는 것이다.

이 시는 바람둥이의 말년을 초라하게 노래한 시가 아니다. 평생 창작에 매진한 자의 진실한 자기 삶의 성찰인 것이다. 이것은 유한한 구멍들의 운명이다. 부족함을 스스로 느끼는, 자기 성실성이며, 그런 존재를 성찰할 수 있기에 시인은 실로 위대한 존재다.

  - 임채우(시인)

 

 

  * 짧고 쉬운 8행에 인생이 담겨 있다.

파란만장한 세월을 8행으로 요약해내는 솜씨가 놀랍다.

이것이 시인의 연륜인가 보다.

  말을 아끼고 핵심어만 배열한 시에서, 비움으로써 채우는 ‘선 사상’을 보는 듯하다.

단어와 단어, 행과 행, 연과 연 사이에 설명들을 모두 제거하고 알맹이만 연결하여

이렇듯 말끔한 시가 탄생했다.

  부채가 평생 피운 바람은 부채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닐게다.

허망한 삶인 것 같아도 누군가에게 즐거움을 준 삶이면 족하지 않겠는가?

읽으신 분들께 감상의 기회를 드리기 위해서 시 감상을 짧게 한다.

홍해리 시인의 시에서 비움의 미학을 배운다.

  - 여 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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