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選集『洪海里는 어디 있는가』(2019)

웃음의 둥근 힘

洪 海 里 2019. 1. 8. 20:10

 

 

웃음의 둥근 힘

 

洪 海 里



웃음은 둥글다
살아 있는 원이다
둥근 파문으로 눈이 동그래지면서
얼굴마다 쌍무지개 뜬다

코가 벌죽벌죽 실룩거리다
입이 소리로 웃어 꽃을 피우고
귀가 시늉을 하고 있다
배꼽을 쥐고 웃다 보면
어느새 빠져나와 굴렁쇠가 되어
푸른 초원을 굴러가고 있다

주변의 나무들이 흔들리고 꽃이 핀다
웃음보를 터뜨려
웃음판이 벌어지면 웃음바다가 되고
내가 하하! 하면 너는 허허! 하고
호호! 하면 후후!
흐흐! 하면 히히! 하는 꽃밭이 된다

때로는 시쁘면서 마지못해 웃기도 하고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어 쓰게도 웃는,
웃음은 세상을 싣고 가는 이륜마차
말의 갈기가 환하게 빛난다.

 


<감상>


* 나무를 흔들어 꽃을 피웠던 웃음은 이별 앞에서도 웃음
짓는다. 꽃 피는 날 그랬던 것처럼 꽃이 지는 날에도
동그랗게 몸을 말아 한 생 웃었던 기억을 되살려 주는 것이다.
   바람 불고 비가 오던 날이었다. 수면에 떨어진 꽃잎이
머뭇거리는 동안 이별의 의식으로 내려온 웃음을 본 적이 있다.
   톡톡 떨어지는 빗방울, 마지막 소리로 내리는 모양을
웃음방울이라고 부를까.
   누군가의 슬픔 앞에서 웃음 한 번 만든 적 없는 내게
하느님은 동그란 웃음을 알려 주셨다.
   _ 금 강.

 

  * 인간이 가진 에너지 중에 가장 유익하고 아름다운 에너지의 하나가

'웃음'이 아닌가 한다.

물론 또 다른 에너지인 '울음' 도 있지만...

'笑門萬福來'란 말도 있지 않던가?

최근에는 '웃음'을 과학적으로 연구하여

치료에 도움을 주는 '웃음치료사'도 등장하였다 한다. 

시인은 웃는 얼굴 모양에 주목한다.

('웃'자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파안대소하며 웃는 얼굴이 박혀 있다.)

얼굴이 일그러지면서 코가 실룩거리고

입이 함박 만해지면서 귀가 따라서 웃는다.

배꼽이 빠질 정도로 웃다 보면 그것이

굴렁쇠가 되어 굴러다닌다고 재미있게 표현한다.

푸른 초원에 굴러가는 웃음 소리...

시골 출신들에게, '미소' 하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것이 뭐냐 물으면

집에서 기르던 황소나 염소 웃음을 연상하게 된다고 한다.

풀을 뜯다 큰 눈망울에서 서글서글한 미소가 피어나던 모습...

웃음은 묘하게 전염성이 강하다.

 
웃음판이 벌어지면 웃음바다가 되고 /
내가 하하! 하면 너는 허허! 하고 /
호호! 하면 후후! /
흐흐! 하면 히히! 하는 꽃밭이 된다 //

 

동창회나 동호인 모임 등 마음이 서로 통하는 친구들끼리

낄낄거리며 웃고 떠들다 보면 하루해가 금세 넘어간다.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신선놀음에 도끼 썩는 줄 모른다'는 말이 있다.

물론 장기나 바둑 둘 때의 상황이겠지만,

신선의 나라엔 아마도 웃음 에너지가 넘치고 흘러서

이곳에서 "하하"하면 저곳에선 "히히히"

이곳에서 "후후"하면 저곳에선 "깔깔깔"거리면서

배꼽이 굴렁쇠로 굴러다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든다.

웃음이 있는 곳 천국이요,

성냄이 있는 곳 지옥일 것이 분명하다.

세상살이에 시달리다 보면 곤혹스럽고 괴로운 일이 어찌 없을 것인가?

하지만 시인은 가능하면 웃고 지내자 한다.

 

때로는 시쁘면서 마지못해 웃기도 하고 /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어 쓰게도 웃는, /
웃음은 세상을 싣고 가는 이륜마차 /...

 

웃음과 울음은 이 세상을 싣고 가는 이륜마차일 것이다.

둥글둥글한 동그라미의 힘으로 세상을 하나로 만드는

'웃음'의 힘을 믿는 시인은

아마 낙천주의자인지도 모른다.

기가 막히고 어이없는 일들이 비일비재 일어나는 세상이 아니던가?

세속에서 좀 벗어나 허허~ 웃어 넘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와 여여한 자세를 넌지시 권유한다.

뭔가를 비워버려야 마음의 항아리에도 향기로운 것을 담을 수 있지 않을까?

새해 정초엔 사나운 욕심도 나쁜 습관도 텅 비우고

거리낌없이 버리는 연습, 웃는 연습을 하면서 살아가 보자.

이것이 온갖 오욕칠정으로 뒤범벅인 세상을 헤쳐가는

또 하나의 현명한 방법이 아닐 것인가?

  - 나병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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