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化된 洪海里

시 쓰는 남자들끼리

洪 海 里 2019. 4. 13. 16:11

시 쓰는 남자들끼리

 

李 生 珍

 

 

결국 노상에서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홍해리 시인과 나는 띠동갑이다

해리는 자칭 독사라 했고

나는 자칭 꽃뱀이라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서로 껴안고 길바닥에서 울었다

그럴 사정이 있었다

아내 때문인데

그의 아내는 지금 몇 년째 치매로 앓고 있고

나의 아내는 한두 해 앓다 갔다

그것 때문에 운 게 아니다

세상모르고

행복이 뭔지 모르고

아내가 뭔지 모르고

섬으로 섬으로 돌아다니며

해리 시인은 난초를 보고

나는 고독에 취해 섬으로 섬으로 떠돌다 아내를 잃은 것 같아

가다 말고 울어버린 것이다

둘이 껴안고 울다가

술집으로 들어가 막걸리를 권하며 흐느낀 것이다

말년에 무슨 날벼락이냐고

하지만 따뜻해지면 한 열흘쯤 섬으로 떠돌며

섬 타령이나 하자 했다

 

늦은 겨울밤 헤어지지 않고 손을 흔드는

독사와 꽃뱀

독사는 77이고

꽃뱀은 89

아 세월아

세월아 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 시집『무연고無緣故』(2018, 작가정신)

 

 

* 고불/만재 이생진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