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론·시감상

<화답시>량허란써징디엔 洋河藍色經典 : 洪海里 / 道隱 정진희

洪 海 里 2019. 4. 22. 10:53

* 멍즈란夢之藍 : 2021.08.23. 동아일보 김재명 기자.

      

량허란써징디엔 洋河藍色經典 / 洪海里
- 하이즈란海之藍
 
양하남색경전은 중국의 술이다
해지람이란 상표가 시원하기 그지없다
술을 보고 경전이라니,
아니, 맞다!
세상을 바로 보고 바로 살게 해 주는 게
술보다 나은 게 없지
48짜리 차갑고 뜨거운 바다를
임보 시인과 둘이서 다 퍼냈다
바닥이 난 바다는 허무했다
예수는 맨발로 바다를 건넜는데
우리는 신발을 신은 채
쪽빛 바다를 흔들리며 건넜다
몸속에서 불이 타올라
가는 길을 환하게 밝혀 주었다
는 주의 길을 그냥 가게 했다
어쩌자고 바람은 온몸으로 불어오는지
바다는 쪽빛으로 푸르고
빈 바다가 술병에서 잠녀처럼
휘익! 휘익! 울고 있었다.
 
량허란써징디엔 : ‘량허는 술 이름, ‘란써는 남색이니,
양주의 블르컬러, ’징디엔經典. 즉 클래식, 양주 이름
처럼 폼을 잡아 량허‘, 즉 술 중에 상급 블루 브랜드라는
. ’하이즈란은 부제, - 金金龍(시인)
    
출처 : 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 홍해리 시집 / 도서출판 움
 
 
 임보와 홍해리 시인이 맛있는 중국술을 통하여 재밌는 화답시가 탄생한다.
량허란써징디엔 洋河藍色經典라는 홍해리 시인의 시를 읽고
임보 시인은 천지람 (天之藍)으로 답시를 썼다..... 옛 화답시의 전통을 이었다.
물론 이 화답시는 서로 시를 주고받은 것이 아니라 두 분의 시를 통하여 이뤄졌다.
두 분의 시와 우정이 멋지지 않은가?
   
 





천지람天之藍  / 임보
 
양하남색경전 (洋河藍色經典)
술의 천국 중국 양하(洋河)에서
양질의 수수에 보리 밀 그리고 완두를 첨가해
잘 발효시켜 빚어낸 명주란다
 
난정(蘭丁)
량허란써징디엔洋河藍色經典 - 하이즈란海之藍 이란 시에서
48° 짜리 해지람(海之藍)’ 한 병을
임보(林步) 와 둘이 시수헌(詩壽軒)에서 다 비우고
신발을 신은 채 쪽빛 바다를 흔들리며 건넜다고 자랑했다
 
이 글을 재미있게 읽었다는 동백 시인이
중국에 다녀오면서 천지람(天之藍)’을 들고 왔다
천지람은 해지람보다 배나 더 비싼 명주라고 하니
이놈을 마시면 쪽빛 하늘을 헤엄치는 기분일지 모르겠다
 
어느 길일을 잡아 이 천지람을 메고 시수헌에 가서
난정과 한나절 수작(酬酌)을 부리며 노닥거릴 작정이다
그런데 천지람 위에 또
몽지람(夢之藍)이 있다고 하니
어느 세월에 그놈들 다 만나 본다?
참 바쁘기도 하겠다!
 
난정: 홍해리
시수헌: 우리 사랑방.
 
출처 : 사람이 없다 / 임보 시집 / 시학출판사




 옛 시의 전통에 '화답시'라는 게 있다. 친구나 친지들끼리 주고
받는 시로서, 보낸 사람의 시에 받은 사람의 시로 화답한다.
시를 주고 받게 된 일화나 사연이 그 시의 맛과 멋을 더해준다.
옛 선비들의 흥과 취미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청록파 시인, 조지훈 시인과 박목월 시인의 화답시는 유명하다.
 
1942년 초봄이었다. 서울 사는 조지훈 시인이 경주사는 박목월시인을
찾아갔다. 서로 편지만 주고받던 사이였다. 그때를 조지훈시인은
이렇게  회고한 바 있다.
"석굴암 가던 날은 대숲에 복사꽃이 피고 진눈깨비가 뿌리는 희한한
날이었다. 불국사 나무 그늘에서 나눈 찬술에 취하여 떨리는 봄옷을
외투로 덮어주던 목월의 체온도 새로이 생각난다. 나는 보름동안을
경주에 머물렀고 옥사서원의 독락당에 눕기도 하였으며 <완화삼>이란
졸시를 보내기도 하였다.
목월의 시 <나그네>:는 이 <완화삼>에 화답하여 보내준 시이다.
( 출처: 예전에 시평론집을 읽다가 메모해 둔 글인데 글쓴이를 모르겠다)
  
 
나그네
    술 익는 강 마을의 저녁노을이여......지훈(芝薰)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출처: 청록집(1946)
   
완화삼(玩花衫)
     -목월에게
  
차운 산 바위 위에 하늘은 멀어
산새가 구슬피 울음 운다.
 
구름 흘러가는
물길은 칠백 리
 
나그네 긴 소매 꽃잎에 젖어
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노을이여.
 
이 밤 자면 저 마을에
꽃은 지리라.
 
다정하고 한 많음도 병인 양하여
달빛 아래 고요히 흔들리며 가노니....




사족: 어제 12월 29일 우리시회 송년모임에서 부산, 광주, 청주
등 멀리에서 오신 시인님들,  옆자리에서 함께하신 시인께서 편지
한 번 보내시길....시인들이란 편지도 시로 쓰는 것, 화답시가 오면
목월과 지훈처럼 멋진 화답시로 남으리....
그 시 카페에 올라오면 보는이도 즐거우리. - 道隱 정진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