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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찍는 기계 - 치매행致梅行 · 346 -시인 洪海里 / 포켓프레스

洪 海 里 2020. 1. 30. 18:56


시를 찍는 기계
- 치매행致梅行 346
 
洪 海 里
  •  시인 홍해리
  •  승인 2019.12.23 .


 

"마누라 아픈 게 뭐 자랑이라고
벽돌 박듯 시를 찍어내냐?"
그래 이런 말 들어도 싸다
동정심이 사라진 시대
바랄 것 하나 없는 세상인데
삼백 편이 넘는 허섭스레기
시집『치매행致梅行』1, 2, 3집
아내 팔아 시 쓴다고
욕을 먹어도 싸다 싸
나는 기계다
인정도 사정도 없는
눈도 없고
귀도 없는
무감동의 쇠붙이
싸늘한 쇳조각의 낡은 기계다
집사람 팔아 시를 찍어내는
냉혈, 아니 피가 없는
부끄러움도 창피한 것도 모르는
바보같이 시를 찍는 기계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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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해리 시인 약력]

충북 청주 출생. 1969년 시집『투망도投網圖』를 내어 등단함. (시집)『황금감옥』『독종毒種』『금강초롱』『치매행致梅行』『매화에 이르는 길』외 다수와 시선집『洪海里 詩選』『비타민 詩』『시인이여 詩人이여』『洪海里는 어디 있는가』가 있음. 도서출판 움 대표, 월간《우리詩》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