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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 피면 / 이광주(속초기상대장)

洪 海 里 2019. 12. 20. 03:19

매화 피면

 

洪 海 里

 


하늘을 열기 위해
우주를 삼킨
네 눈에 모은 빛으로.

    이 겨울
    우리의 빈혈을
    다수웁게 덥히면.

은은히 들려오는
피리소리
천상에서 내리고,

   마주하고
   나누는
   넉넉한 달빛으로,

자기잔에
넘치는
마알간 술빛,

   허기로
   달래보는
   이 계절의 위안이여
.


- 시집『대추꽃 초록빛』(1987, 동천사)




  * "하늘을 열기 위해/ 우주를 삼킨/ 네 눈에 모은 빛으로…(중략)…허기로 달래보는 이 계절의 위안이여!"
시인 홍해리의 ‘매화 피면’이다. 아직 쌀쌀한 바람을 느끼지만 분명 봄이 오는 소리가 가까이 들린다.
설악산 탐방로에는 변산바람꽃이 피었고 남쪽의 어디에선 매화가 피었단다. 매화는 눈을 두려워하지 않고 얼어붙은 땅 위에서 제일 먼저 꽃을 피워 맑은 향기를 뿜어낸다.
  겨울의 끄트머리에서 피기 시작하는 봄꽃의 개화소식은 사람들에게 봄의 희망을 알려준다.
  기상청에서 봄이 오는 소리를 가장 먼저 듣는 사람은 예보관이다.
  어느 날 일기도를 분석하다가 상층의 강한 편서풍인 Jet기류가 약해지면서 티베트 고원을 불어넘는 이 기류의 방향이 겨우내 북서쪽이던 것이 서~남서로 바뀌는 것을 보면 ‘아! 봄이다’라고 느끼는 것이다.
  그 후 며칠 지나면 분명히 날씨가 확 풀려서 포근한 날이 2~3일 계속된다. 봄의 문이 열린 것이다.
봄이 되면 꽃이 피는 것이 차츰 북상을 하는데 이를 ‘꽃전선’이라고 한다. 꽃전선은 아시아 대륙에서도 유럽이나 북미대륙에서도 마찬가지로 북상하고 있다. 이들 꽃전선을 연결시켜 보면 바다에서 끊어지기는 하지만 세계를 잇는 하나의 꽃반지가 된다.
기상청의 식물계절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꽃전선은 평균적으로 하루에 대략 20km의 내외의 속도로 북진하고, 중국대륙에 가까운 서해안이 동해안보다 북상속도가 빠르다.
  이것은 봄이 되면 바다보다 지면의 온도가 빨리 올라가기 때문에 대륙쪽의 꽃전선이 일찍 북상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엔 기후변화에 의해 식물의 생체리듬도 일정하기란 쉽지 않은 듯하다.

- 2013. 3. 19. 강원고성신문 / 이광주 속초기상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