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 회인에서 칼을 가는
앞못보는 사내
안 보이는데 어떻게 일을 하는지요
귀로 보지요
날이 서는 걸 손으로 보지요
그렇다
눈이 보고 귀로 듣는 게 전부가 아니다
천천히 걸어가면
보이지 않던 것
언제부턴가 슬몃 보이기 시작하고
못 듣던 것도 들린다
눈 감고 있어도 귀로 보고
귀 막고 있어도 손이 보는 것
굳이 시론詩論을 들먹일 필요도 없는
빼어난 시안詩眼이다
잘 벼려진 칼날이 번쩍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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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해리 시인 약력]
충북 청주 출생. 1969년 시집『투망도投網圖』를 내어 등단함. 시집으로『황금감옥』『독종毒種』『금강초롱』
『치매행致梅行』『매화에 이르는 길』『정곡론』외 다수와 시선집『洪海里 詩選』『비타민 詩』
『시인이여 詩人이여』『洪海里는 어디 있는가』가 있음. 도서출판 움 대표, 월간《우리詩》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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