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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곡론正鵠論 / 포켓프레스 2020. 2. 27.

洪 海 里 2020. 2. 27. 09:11
정곡론正鵠論 -시인 洪 海 里
  •  포켓프레스
  •  승인 2020.02.27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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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 회인에서 칼을 가는

앞못보는 사내

안 보이는데 어떻게 일을 하는지요

귀로 보지요

날이 서는 걸 손으로 보지요

그렇다

눈이 보고 귀로 듣는 게 전부가 아니다

천천히 걸어가면

보이지 않던 것

언제부턴가 슬몃 보이기 시작하고

못 듣던 것도 들린다

눈 감고 있어도 귀로 보고

귀 막고 있어도 손이 보는 것

굳이 시론詩論을 들먹일 필요도 없는

빼어난 시안詩眼이다

잘 벼려진 칼날이 번쩍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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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해리 시인 약력]

충북 청주 출생. 1969년 시집『투망도投網圖』를 내어 등단함. 시집으로『황금감옥』『독종毒種』『금강초롱』

『치매행致梅行』『매화에 이르는 길』『정곡론』외 다수와 시선집『洪海里 詩選』『비타민 詩』

『시인이여 詩人이여』『洪海里는 어디 있는가』가 있음. 도서출판 움 대표, 월간《우리詩》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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