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봄의 에피그램
洪 海 里
1
꽃소식 봄바람은 형용사 일색
주제 또는 제목이 필요 없음
그것만으로도 천지에 만개함
감각주의자의 세상
새들은 꽃으로 울고 꽃은 새들로 웃는다.
2
추상면사인 詩의 보통명사化
진행형의 미래 또는 영원의 미궁
곤혹, 분노, 모멸, 또는 무관심이나 동정 없음
칼날 위의 무당춤.
3
마침표 속에 갇힌 씨앗~~~느낌표로 옷을 벗는다
최초이자 마지막 옷을 탈출하는 저 아름답고
당당하고 화려하고 황홀한 섹스~~~꽃이여!
4
축축한 대지의 포근한 흙
가슴에 뛰는 물소리의 서정적 문체
봄은 송곳과 칼날의 합창.
5
달려가는 동사動詞의 말발굽소리
출생과 파산 선고
관능과 물질이 음악을 생산한다
색깔에도 음이 있고 音에도 색깔이 있다.
- '우이동 시인들' 15집 『팔색조를 찾아서』
(1994, 동천사, 값 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