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동詩人들』1987~1999

알봄의 에피그램

洪 海 里 2020. 3. 14. 10:59

알봄의 에피그램


洪 海 里



1

꽃소식 봄바람은 형용사 일색

주제 또는 제목이 필요 없음

그것만으로도 천지에 만개함

감각주의자의 세상

새들은 꽃으로 울고 꽃은 새들로 웃는다.


2

추상면사인 詩의 보통명사化

진행형의 미래 또는 영원의 미궁

곤혹, 분노, 모멸, 또는 무관심이나 동정 없음

칼날 위의 무당춤.


3

마침표 속에 갇힌 씨앗~~~느낌표로 옷을 벗는다

최초이자 마지막 옷을 탈출하는 저 아름답고

당당하고 화려하고 황홀한 섹스~~~꽃이여!


4

축축한 대지의 포근한 흙

가슴에 뛰는 물소리의 서정적 문체

봄은 송곳과 칼날의 합창.


5

달려가는 동사動詞의 말발굽소리

출생과 파산 선고

관능과 물질이 음악을 생산한다

색깔에도 음이 있고 音에도 색깔이 있다.


- '우이동 시인들' 15집 『팔색조를 찾아서』

   (1994, 동천사, 값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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