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독거놀이

洪 海 里 2022. 3. 14. 16:18

독거놀이

 

洪 海 里

 

 

오늘도 혼자 앉아

물밥 한 병, 닭가슴살 안주 해서

한 끼를 때우는데

 

겨우내 바삭바삭 가물다

모처럼 내리는 비에

귀 열고 속 아닌 속까지 적시니

 

마당가 청매 가지마다

꽃봉오리 뽀얗게 부풀고

나무 아래 부추와 돌나물도 숨이 가쁜데

 

대문을 열어 놓았나

현관문은 열려 있나

내다보아도 오는 사람 없고

빗소리만 귀를 씻어 주노니

 

유언을 하듯

유서를 쓰듯

내가 나를 벗어나는 해탈이요

내가 나를 버리려는 열반이네.

 

- 월간 《우리詩》 2023. 1월호.

 

 

* 홍철희 작가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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