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배꽃

洪 海 里 2022. 4. 11. 05:13

배꽃

 

洪 海 里

 

 

봄에 오는 눈발은
밤에 더 밝다

나뭇가지 사이로
나는 나비 떼

새들도 날아와
우짖으면

달빛에 노 젓는 소리
하얗게 일어서고

깊은 산
시름 속에 젖는 한밤을

옷깃에 차는
달빛 그림자

눈썹 끝에 어리는
天上의 엽서.


(시집『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1980)

 

* 전남 장성, 2022. 04. 10. 홍철희 작가 촬영

 

배꽃

 

洪 海 里

 

1
바람에 베어지는 달빛의 심장
잡티 하나 없는 하얀 불꽃이네
호르르 호르르 찰싹이는 은하의 물결.

2
천사들이 살풀이를 추고 있다
춤 끝나고 돌아서서 눈물질 때
폭탄처럼 떨어지는 꽃이파리
그 자리마다 그늘이 파여 ……

3
고요가 겨냥하는 만남을 위하여
배꽃과 배꽃 사이 천사의 눈짓이 이어지고
꽃잎들이 지상을 하얗게 포옹하고 있다
사형집행장의 눈물일지도 몰라.

4
배와 꽃 사이를 시간이 채우고 있어
배꽃은 하나지만 둘이다
나와 내가 하나이면서 둘이듯이
시간은 존재 사이에 그렇게 스민다.

 

_ 시집『투명한 슬픔』(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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