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집『마음이 지워지다』(2021)

병원길

洪 海 里 2022. 4. 15. 03:07

병원길

- 치매행致梅行 · 17

 

洪 海 里

 

 

 

아내랑 병원에 갑니다

어디 가느냐 열 번을 묻습니다

왜 가느냐고 또 묻고 묻습니다

그 물음을 나는 가슴에 묻습니다

병원에 간다

의사 만나러 간다 해도

아내는

묻고 또 묻고

그럴 때마다 나는 묻습니다

지금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아늘대는 버들가지처럼

흔들리는 내가 바보겠지요

그래도 함께 갈 수 있는 길이 있어

손잡고 병원 길을 올라갑니다

인생 한 번 살았다고

인생을 다 말할 수 있겠습니까

한번 지나친 길이라고

다 볼 수 있었겠습니까

아느작아느작 흔들리며 병원으로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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