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론·시감상

하동여정河東餘情

洪 海 里 2023. 6. 1. 06:40

하동여정河東餘 

洪 海 里

 

보리누름 지나고 모내기 마치면

섬진강 끌고 노는 버들전어 떼

물위로 반짝, 반짝, 몸을 던지지

색시비 내리는 날 배를 띄우고

무람없는 악동들 물치마 열면

사내들의 몸에선 밤꽃이 솟네.

 

- 시집『독종』(2012, 북인)

 

 

 

  * 짧고도 명명창창한 이 서경을 무엇으로 표현
할까. 리뷰를 하고 싶은데 극심한 언어부족을
절감한다. 배를 끄는 것은 사람일진대 버들전
어가 섬진강을 끌고 놀다니. 번쩍번쩍 몸을 던
져 은빛춤을 추는데 색시비는 또 내리고 …….

시집『독종 』에는 말 그대로 '독종'의 시편들이
많다. 어디서 맞닥뜨리지 못한 깊고 깊은 시편
80여 수가 모두 이렇다. 시인의 타 시집들도
그랬듯 지독히도 끈끈한 사랑, 슬픔도 기쁨도
죄다 따뜻하게 구현되어 긴 여운을 주고 있다.

한 줄 한 줄 읽어 내려갈수록 증대되는 기쁨은
왜일까. 짧은 한 편의 시에서 이처럼 환한 감흥
을 얻기란 쉽지 않다. 슬픈 시보다 기쁜 시를 쓰
기가 더 어려운 경우도 있다. 적절한 언어가 제
자리에 앉아 있을 때 충분 가능하다고 여겨진다.
이 시가 그렇다. 창가류의 흥겨운 가락마저 품
어 기쁨이 포만한다. 또한 중간 중간 의표를 찌
르는 경이로운 수사학에 말미에는 슬몃 쟁여놓
은 풍류는 또 경이로워 찬탄을 금하지 못한다.

보리가 누렇게 익어 고개를 숙여 흔들고, 논에
서는 모내기가 한창인 요즈음, 섬진강에는 배가
뜰까. 하동의 정순영 시인의 초대를 받아 함께
했던 시인들의 면면을 상상하면 말하지 않아도
가슴이 벅차온다. '우이동시인'으로서 우리詩
진흥회를 이끄는 시인의 건안과 강필을 소원하
며 이 시대 '하동여정'의 무람없는 악동들(?)처
럼 몸에서도 시에서도 늘 밤꽃 보속보속 솟기를
바라면서.

- 임 교 선(시인)

 

 * 초여름 섬진강은 유난히 반짝거리고 마른 모래 색깔도 곱다.

남원을 돌고 곡성으로 내려가 구례와 마주 앉은 하동까지 조잘조잘 이야기를 풀기에 알맞다.

유연하게 허리를 감아 돌며 끊어질 듯 이어지는 강물이다

  굽이굽이 강이 만들어준 여정旅程에 조금씩 덜어놓은 여정餘情을 추스르는 맛은 어떤가.

이제 와 물치마 열거나 버들전어처럼 보드라운 여인을 만날 일 없으나, 강을 거슬러 오르는 몸에 한 번 밤꽃이 솟을 것이다.

- 금 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