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론·시감상

독종

洪 海 里 2023. 3. 7. 05:48
홍해리 시인 - 독종 / 비젼통신
포포 김영교 추천  2020.03.24.
 
 

 

 

1

세상에서 제일의 맛은 독이다.

물고기 가운데 맛이 가장 좋은 놈은

독이 있는 복어다.

 

2

가장 무서운 독종은 인간이다.

그들의 눈에 들지 마라.

아름답다고 그들이 눈독을 들이면 꽃은 시든다.

귀여운 새싹이 손을 타면

애잎은 손독이 올라 그냥 말라죽는다.

그들이 함부로덤부로 뱉어내는 말에도

독침이 있다.

침 발린 말에 넘어가지 마라.

말이 말벌도 되고 독화살이 되기도 한다.

 

3

아름다운 색깔의 버섯은 독버섯이고

단풍이 고운 옻나무에도 독이 있다.

곱고 아름다운 것들은

모두 독종이다.

그러나 아름답지 못하면서도 독종이 있으니

바로 인간이라는 못된 종자이다.

 

4

인간은 왜 맛이 없는가?   

 

 

 

 

 

 

[홍해리 시인 약력]

 

충북 청주 출생(1942). 1969년 시집『투망도投網圖』를 내어 등단함.

* 시집 : 『황금감옥』『독종毒種』『금강초롱』『치매행致梅行』『매화에 이르는 길』 외 다수.

* 시선집 『洪海里 詩選』『비타민 詩』『시인이여 詩人이여』『洪海里는 어디 있는가』가 있음.

도서출판 움 대표, 월간《우리詩》발행인/편집인.

 

 

 

 

이런 충격적인 말이 있다.

더글러스 케네디(Douglas Kennedy)가 쓴 책 [템테이션(Temptation)]에 나오는 말이다.

 

[헐리우드에서 성공하려면 어머니라도 팔아야 한다.

성공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다른 사람들이 실패해야 한다.]

 

반드시 누군가를 실패하도록 만들어야 내가 만족할 수 있다는 식의 모질고 야멸찬 발언이 우리들의 일상 대화에 등장하고 있다.

 

한편 중국 작가 가오 레이(Gao Lei)의 설치작품도 공동체의 구성원끼리 건전한 경쟁의식을 넘어, 죽기 살기식 투쟁으로 치닫는 상황을 빗댄 작품이다.

 

 

암울한 미래를 그린 공상과학영화에 나올 법한 차림으로 두 마네킹이 서로 마주 보고 있다. 각자 손에 가위를 들고 있는 이들의 방독면 호스는 하나로 연결돼 있으니 하나가 죽으면 둘 다 죽는다.

 

상대를 죽이면 나도 죽는다. 그럼에도 적개심과 증오 때문에 나와 연결된 생명줄을 자를 것인가. 알면서 저지르고 몰라서 또 저지르는 게 인간이고 그게 인간 독종의 모습이다.

 

홍해리 시인은 ‘독종’이란 시에서 온 누리에 으뜸가는 독종이 바로 사람이란다.

눈빛에도 독이 있어 꽃을 시들게 하고, 손에도 독이 묻어 어린 이파리를 말라죽게 만들고, 말에서 독침을 내뿜어 같은 종족끼리 치명적 상처를 입힌다.

 

자연계의 모든 생명체는 저마다 자기보호 본능에 따라 독성을 함유하고 있다. 그래서 음식도 조리해서 먹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인간의 해독은 어떻게 가할지 모를 일이다. 독종 중의 으뜸은 인간 독종이 아닐까?

 

성경은 말씀하고 있다.

 

1 너는 이것을 알라 말세에 고통하는 때가 이르러

2 사람들이 자기를 사랑하며 돈을 사랑하며 자랑하며 교만하며 비방하며 부모를 거역하며 감사하지 아니하며 거룩하지 아니하며

3 무정하며 원통함을 풀지 아니하며 모함하며 절제하지 못하며 사나우며 선한 것을 좋아하지 아니하며

4 배신하며 조급하며 자만하며 쾌락을 사랑하기를 하나님 사랑하는 것보다 더하며

5 경건의 모양은 있으나 경건의 능력은 부인하니 이같은 자들에게서 네가 돌아서라 (디모데후서 3:1) (장재언)  

 

 

* 청악매 : The Fact (2023. 03. 08.)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