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론·시감상

2023 경북포항시낭송협회 송구영신 시낭송회

洪 海 里 2023. 12. 2. 11:07

2023 경북포항시낭송협회 송구영신 시낭송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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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2023 경북포항시낭송협회가 주최하는 송구영신 시낭송회의 귀한 자리에 함께할

수 있도록 시간을 마련해 주신 권양우 회장님과 여러 회원님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시가 한 송이 꽃이라면 시낭송은 그 꽃을 꽃다발이나 꽃바구니, 또는 화환으로 만들어

꽃이 지니고 있는 아름다움에 신이 주신 고운 음성을 입혀 더욱 향기롭고 화사한 꽃으로

다시 피워낸 작품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러분은 소리꽃을 피워내는 시인이라고 하겠습니다.

모쪼록 경북포항시낭송협회가 활발한 활동을 꾸준히 이어나가면서 이곳 포항 지역과

더 나아가 우리나라 시문학 발전에 큰 기여를 해줄 것을 당부합니다.

오늘 행사를 축하하는 의미에서 제가 평소에 지니고 있는 시와 시인에 대한 생각을 피력한

글을 함께 읽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으리라 믿어 준비해 보았습니다.

 

시인은 감투도 명예도 아니다

상을 타기 위해, 시비를 세우기 위해, 동분하고 서주할 일인가

그 시간과 수고를 시 쓰는 일에 투자하라

그것이 시인에겐 소득이요, 독자에겐 기쁨이다

오로지 올곧은 선비의 양심과 정신이 필요할 따름이다

변두리 시인이면 어떻고 아웃사이더면 어떤가

목숨이 내 것이듯 시도 갈 때는 다 놓고 갈 것이니 누굴 위해 쓰는 것은 아니다

는 시적是的인 것임을 시인詩人으로서 시인是認한다

생전에 상을 받을 일도, 살아서 시비를 세울 일도 없다

으로 상을 당할 일도 아니고 시비詩碑로 시비是非에 휘말리고 싶지도 않다

시인은 새벽 한 대접의 냉수로 충분한 대접을 받는다

시는 시로서, 시인은 시인으로서 존재하면 된다

그것이 시인이 받을 보상이다.

여시아문如是我聞!(나는 이렇게 들었다!)“

- 「명창정궤明窓淨几의 시를 위하여」, <시집 『비밀』(2010, 우리글)> 의 끝부분.

 

이름 없는 풀이나 꽃은 없다, 나무나 새도 그렇다

이름 없는 잡초, 이름 없는 새라고 시인이 말해서는 안 된다.

시인은 모든 대상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그 이름을 불러 주는 사람이다

이름없는 시인이란 말이 있다

시인은 이름으로 말해선 안 된다 다만 시로 말해야 한다

이름이나 얻으려고 장바닥의 주린 개처럼 진자리 마른자리 가리지 않고 기웃대지는 말 일이다

그래서 천박舛駁하거나 천박淺薄한 유명시인이 되면 무얼 하겠는가

속물시인, 시인이라는 이름으로 꺼귀꺼귀하는 속물이 되지 말 일이다

가슴에 산을 담고 물처럼 바람처럼 자유스럽게 사는 시인

자연을 즐기며 벗바리 삼아 올곧게 사는 시인

욕심없이 허물없이 멋을 누리는 정신이 느티나무 같은 시인

유명한 시인보다는 혼이 살아 있는 시인, 만나면 반가운 시를 쓰는 좋은 시인이 될 일이다.

如是我聞!“

- 「고운야학孤雲野鶴의 시를 위하여」, <시선집 『시인이여 詩人이여』(2011, 우리글)>의

끝부분.

 

회원 여러분!

2023년 올해 마무리 잘 하시고 더욱 밝고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2023 12 11

사단법인 우리詩진흥회 홍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