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론·시감상

如是我聞 “나는 이렇게 들었습니다.”/ 정진희 시인

洪 海 里 2023. 11. 1. 11:18

如是我聞 “나는 이렇게 들었습니다.”

 

如是我聞

“나는 이렇게 들었습니다.”

 

「남편들이여! 아내를 이렇게 대접하라」

- “아내는 한 채의 집이었다, 한평생 나를 품어준 집이었다” 「치매행」 86장 「집사람」

 

치매행* 시편에서 살아있는 부처님을 만났습니다.

무너미골(수유리 옛이름) 산 기슭에 팔순이 다 되어 가는

늙은 지아비 하나, 그는 致梅에 이르는 길, 무념무상의 세계,

순진하고 무구한 어린 아이로 새로 태어난 아내**를 위하여

눈물과 한숨, 지극한 정성으로 하루하루를 봉헌하오니

 

이런 하늘은 보지 못했습니다

이런 부처는 만나지 못했습니다

 

수십 년 함께 살아온 추억이 남은 삶의 동력이거늘

"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텅 빈 슬픔이여" ...「매화에 이르는 길」 치매행168장“빈집 한 채”

 

나의 강고했던 가부장적 독선이 “치매행” 시편의 말씀을

듣고서 이제야 깨지기 시작합니다.

지난 5년간 늑막염으로 시작된 나의 투병생활은

결핵 발병, 완치, 재발병, 오른쪽 폐 절제수술로

이어지는 혼돈의 삶이었습니다

 

아내는 지극정성으로 남편을 간호하고

삼시 세끼 따뜻한 밥을 지어 먹여 저를 살려 냈습니다

어느덧 건강이 웬만하게 회복되었는데도

삼식이 새끼는 당연하게 받아먹고 있습니다.

 

이제 아내는 밥하기 싫다고 합니다

싫은 것 쌓이면 아예 정신 줄 놓을까 걱정입니다

아내는 어쩌면 뇌 세포가 점점 작아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소리 소문 없이 사르르 사르르

내 아내가 죽어가고 있습니다

 

“아아, 나는 사람이 아닙니다 개만도 못한 새끼입니다

수십 년 얻어먹기만 했지 아내에게 언제 밥 한 번 해줘 봤나요?

여보, 이제 밥 짓는 수고 내려놔요 당신은 휴식이 필요해요! “

 

지난 세월 남편은 돈만 벌어오면 제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했어요.

돈 버는 것보다 더 힘들면서 표 나지 않는 게 아내의

가사 노동이었습니다

 

아내, 어머니라는 그 자리의 곤고함이여!

이제는 더 이상 “희생의 고귀함”으로 그들을 높이는 대신,

자기 삶이 있는 한 사람의 여자로 배려해야 합니다

 

밥은 사람의 몸을 살리지만,

사소한 배려는 영혼을 살리는 것.

 

균형잡힌 인품은 사람에게 사소한 배려를 할 줄 압니다.

그 사람은 아내를 위하여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음을

"치매행" 시편에서 보여줍니다

 

너는 세상에서 살 때 아내를 위해 무엇을 해 주었는냐?

그때 나의 사랑이 심판받을 것입니다

 

늙은 지아비는 아내를 위하여 온 마음과 몸을 소신공양하고

이제 나란히 누워 하늘나라로 가는 날, 자식들에게 눈물의

시 한 편을 미리 남깁니다

나는 그 날을 생각하며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습니다.

 

" 어느 날/ 둘이서 나란히 누워 있다고/ 놀라지 말 일이다

//세상이 다 그렇고/ 세월이 그런 걸 어쩌겠느냐//

말이 없다고 / 놀라지 마라/ 이미 말이 필요 없는 행성에서//

할말 다 하고 살았으니/ 말이 없는 게 당연한 일//

천지가 경련을 해도/ 그리워하지 마라/ 울지 말거라//

유채꽃 산수유꽃 피면 / 봄은 이미 나와 함께 와 있느니."

「매화에 이르는 길」 치매행 218장 「자식들에게」 전문

 

울고, 공감하고, 막막했던 “치매행” 시편, 1장에서 230장까지

모두가 살아있는 부처님 말씀이요, 내 삶의 경전입니다

 

如是我聞,

"나는 이렇게 들었습니다."

 

「남편들이여! 병든 아내는 이렇게 대접하라」

- “이렇게 된 것은, 바로 내 탓, 내 탓입니다!” 「치매행」 80장 「탓」

 

* 홍해리 시인님의 시집 「치매행」, (1-150장) / 「매화에 이르는 길」 (151-230장).... 치매행 시편 230장 전편

** 「치매행」 시집 시인의 말에서

(2018. 7.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