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마의 봄 · 2
홍 해 리
나일 먹고 또 나이 들어도
그림 속 떡을 보고 침을 흘리고
사촌이 땅을 사면 축하할 일인데
왜 아직도 내 배가 아픈 것인가
어느새
깨복쟁이 멱감던 개울가를 돌아보고
사철나무 서 있던 우물가를 서성이는
늙마의 봄이 오니
볼 장 다 보고 나서도
휘영청 달 밝은 밤이 되면
하늘에 그물을 던지고 있는데
봄이 오면 정녕 고목에도 꽃이 피는
그곳으로 발밤발밤 가 볼 것인가
발바투 달려갈 것인가
무한 적막은 어떻게 잡고
영원은 또 언제 그릴 것인가
봄이 와도 봄이 아닌 나의 봄이여.
- 계간 《창작21》 2024.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