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서
洪 海 里
시월 내내 피어오르는
난향이 천리를 달려 와
나의 창문을 두드립니다
천수관음처럼 서서
천의 손으로
향그런 말씀을 피우고 있는
새벽 세 시
지구는 고요한 한 덩이 과일
우주에 동그마니 떠 있는데
천의 눈으로 펼치는
묵언 정진이나
장바닥에서 골라! 골라! 를 외치는 것이
뭐 다르리오마는
삐약삐약! 소리를 내며
눈을 살며시 뜨고
말문 트는 것을 보면
멀고 먼 길
홀로 가는 난향의 발길이
서늘하리니,
천리를 달려가 그대 창문에 닿으면
"여전히
묵언 정진 중이오니
답신은 사절합니다!"
그렇게 받아 주십시오
그러나
아직 닿으려면 천년은 족히 걸릴 겁니다.
- 시집『푸른 느낌표!』(우리글,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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