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끝나는 말
洪 海 里
언제
밥 한번 먹자
우리
술 한잔 하자
마음이 허기져서
이리저리 혼자 떠돌다
어차어피에 너나 나나
홀로 가기 마련인데
말해서 뭘 해
말로 끝나는 말.
- 월간 《우리詩》 2025. 1월호.
언제 한 번
만나요. 밥 먹어요. 한 잔 해요. 많을 땐 하루에도 수 차례씩 인사처럼 주고 받는 말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그냥 건성으로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달리 보면 깊고 그리운 마음의 표현이다. 언제 한 번은 경우에 따라 내일이 될 수도, 한 달 혹은 몇 년 뒤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기간에 상관없이 늘 그대들을 생각하는 무척 소박한 표출이다.
지난 토요일엔 언제 한 번이 단 하루 만에, 그리고 며칠 만에 홍천에서 두 분 선배님과 이루어졌다. 김화백님과는 서너 날 전, 언제 한 번 탁구 치고 순댓국을 먹기로 했었다. 또 허시인님과는 바로 전날, 허 시인님 단골인 경성 팥죽집에서 언제 한 번 만나기로 했었다. 두 분이 홍천에 계셔서 연락을 드렸더니 오후 4시로 시간이 맞춰졌다. 조금 일찍 만났더라면 경성 팥죽서 제누리 삼아 팥죽 먹고, 탁구 치고 순댓국을 먹을 수 있었는데, 시간이 늦어 탁구 치고 순댓국 먹으며 뿌듯한 시간을 보냈다. 게다가 처음으로 당구까지 쳤으니, 언제 한 번이 가져다 준 행복이다.
오늘은 30여 년 전 제자가 시흥 먼 곳에서 학교로 찾아왔다. 이또한 늘 소통할 때마다 언제 한 번 얼굴 보자, 밥 먹자 하던 약속이었다. 1월에 만나기로 했으나 내가 손을 다치는 바람에 엄청시리 추운 오늘 만나, 따뜻한 밥 한 끼 함께 하고, 커피도 마셨다. 10대였던 제자가 이제 40대 중반을 넘었으니 세월이 무상하다. 그래도 처음 만난 그 마음으로 만났다. 이 모든 게 소박하지만 깊고 그리운 언제 한 번의 힘이다. - 제갈량(시인) 페북에서 옮김. 2025.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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