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서』(미간)

11월을 노래함 - 낙엽

洪 海 里 2024. 10. 21. 05:15

11월을 노래함   

- 낙엽

 

洪 海 里

 

울며불며 매달리지 마라

의초롭던 잎의 한때는 꿈이었느니

때가 되면 저마다 제 갈 길로 가는 법

애걸하고 복걸해도 소용없는 일

차라리 작별인사를 눈으로 하면

하늘에는 기러기 떼로떼로 날고 있다

한겨울에 꼿꼿이 서 있기 위해, 나무는

봄부터 푸르도록 길어올리던 물소리

자질자질 잦아들고 있다

몸도 마음도 다 말라버려서

비상 먹은 듯, 비상을 먹은 듯

젖은 몸의 호시절은 가고 말았다

무진무진

살아 보겠다고 늦바람 피우지 마라

지빈하면 어떻고 무의하면 어떠랴

어차피 세상은 거대한 감옥

너나 나나 의지도 가지도 없는

허공의 사고무친 아니겠느냐

축제는 언제나 텅 빈 마당

파장의 적막이 그립지 않느냐

죽은 새에게는 하늘과 땅의 경계가 없듯

모든 것이 멀리 보이고

나도 이제 멀리 와 있다

세상의 반반한 것들도 어차피 반반.

 

11월을 노래함

홍 해 리


울며불며 매달리지 마라
의초롭던 잎의 한때는 꿈이었느니
때가 되면 저마다 제 갈 길로 가는 법
애걸하고 복걸해도 소용없는 일
차라리 작별인사를 눈으로 하면
하늘에는 기러기 떼로떼로 날고 있다
한겨울에 꼿꼿이 서 있기 위해, 나무는
봄부터 푸르도록 길어올리던 물소리
자질자질 잦아들고 있다
몸도 마음도 다 말라버려서
비상 먹은 듯, 비상을 먹은 듯
젖은 몸의 호시절은 가고 말았다
무진무진
살아 보겠다고 늦바람 피우지 마라
지빈하면 어떻고 무의하면 어떠랴
어차피 세상은 거대한 감옥
너나 나나 의지도 가지도 없는
허공의 사고무친 아니겠느냐
축제는 언제나 텅 빈 마당
파장의 적막이 그립지 않느냐
죽은 새에게는 하늘과 땅의 경계가 없듯
모든 것이 멀리 보이고
나도 이제 멀리 와 있다
세상의 반반한 것들도 어차피 반반.

홍해리의 "11월을 노래함"은 가을의 끝자락에서 낙엽과 함께 떠나는 이들의 애절한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 나무의 비장한 태도를 통해 인생의 무상함과 떠나야 할 때 떠나는 법칙을 재조명하고 있습니다. 낙엽이 떨어지면서도 품위 있게, 고요히 받아들이는 나무의 모습이 깊은 울림을 줍니다.

- https://hanu.hanuhyunu.pw/485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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