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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트인 해녀의 길 너머 파도 사이 ‘두럭산’ 발길 잡아/ 삼다일보 김창집

洪 海 里 2025. 2. 13. 13:57
확 트인 해녀의 길 너머 파도 사이 ‘두럭산’ 발길 잡아
 
- 삼다일보 2025. 1. 20. <김창집의 길이야기>
 
 김녕 지오트레일 B코스(2)
울퉁불퉁 바위 틈새로 코스낸 덩개해안 빌레길
파호이호이 용암지대로 이뤄진 해안가 눈길
해안선 따라 구불구불 길게 남아 있는 환해장성
겨울철 바람 타고 날아든 모래, 넓은 모래언덕 형성 
* 출처 : 삼다일보(http://www.samdailbo.com)
 
 
                                                                     * 두럭산
 

■ 신화를 이해하는 길
환히 트인 해녀의 길 너머 파도 사이로 드러나는 ‘두럭산’을 보며, 아무래도 발이 떨어지지 않아 한참을 돌아보았다. 음력 3월 보름날이 되어야 신비로운 자태를 드러내 보인다던 섬이 거센 파도를 만나 휘둘림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 같다고나 할까. 어린 시절 갑자기 세어진 파도에 휩쓸려 허덕였던 생각이 났다. 하지만 ‘신화(神話)는 신화(神話)로 이해해야지 사실(事實)이나 역사(歷史)와 혼동해서는 안 된다’며 천천히 발길을 돌렸다.
자칭 ‘굿쟁이’ 한진오 작가는 그의 저서 ‘섬이 된 할망(2023)’에서 ‘신화는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가리지 않고 존재하는 모든 것에 신성을 부여한다. 눈으로 볼 수 없고 손으로 만질 수 없지만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 셀 수 없지 많지 않은가. 어쩌면 설문대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것을 깨닫게 하려고 볼품없는 갯바위에 신성을 불어넣었는지도 모른다. 세상 모든 존재를 우러르고 함께 공생하라는 메시지야말로 설문대가 두럭산에 새겨놓은 속뜻이 아닐는지.’라고 썼다.

                                              * 파호이호이 용암들


■ 덩개해안 빌레길
김녕 국가풍력 연구단지 쪽에서 ‘해맞이해안로’를 건너 바다 쪽 길로 들어서면서 속칭 덩개해안길은 올레 20코스와 겹치면서 근 1㎞ 넘게 빌레길이다. 처음 올레길을 낼 때 이 울퉁불퉁한 바위 틈새로 코스를 낸 분은 아마도 제주의 특색이 잘 드러나는 이런 길을 누구든 한번쯤 걸어서 제주의 참모습을 느껴보라 한 것 같다. 지금은 사람이 많이 다녀서 길이 잘 돼있지만 인간 세상에는 여러 가지 길이 존재하게 마련이다.

"길이 방긋방긋 웃으면 걸어가고 있다/ 보이지 않는 길에도/ 날개와 지느러미가 있어 날고 기고 헤엄친다/ 길이 흐느끼며 절름절름 기어가고 있다/ 길이 바람을 불러오고 물을 흐르게 한다/ 꽃도 길이 되어 곤충을 불러 모은다/ 길은 긴 이야기를 엮어 역사를 짓는다/ (중략)/ 살아 있는 것들은 모두 몸에 길이 있다/ 영혼도 가벼운 발자국으로 길을 낸다/ 태양과 별이 지구를 향해 환한 길을 만든다/ 시간은 영원으로 이어지는 끝없는 길이다/ (하략)" - 홍해리 시 ‘길은 살아있다’ 부분

                                                       * 상징물이 있는 쉼터

 

■ 파호이호이 용암대지
화산 활동이 이루어지면 지각 내부에 있던 마그마가 분출해 나오는데, 그게 식으면 용암이 된다. 마그마는 그 성분의 유동성에 따라 굳어지면서 대지를 형성하게 되며, 현무암질 용암이 다량으로 유출되면 용암대지를 이루게 된다. 제주에서 ‘빌레’라 일컬어지는 곳은 이런 용암대지인데, 바닷가 쪽에는 거의 암반으로 드러나게 마련이다.
제주에서는 하와이에서 사용하는 화산용어를 쓰고 있는데, ‘파호이호이 용암’은 온도가 1000도 이상인 높은 온도의 용암으로 빠르고 매끄럽게 흐르며 부드럽게 굳는다. 이곳 덩개해안에서는 이런 파호이호이 용암의 특징들을 관찰할 수 있는데, 용암호(鎔巖湖)와 투물러스가 그것이다. ‘투물러스’는 굳은 용암이 5m 높이와 10m 지름의 크기로 부풀어 커다란 빵 모양을 이룬 형태이다. 투물러스는 흐르던 용암이 장애물을 만나 굳은 표면을 밀어 올리거나 굳은 표면 속에 갇혀 있던 가스가 부풀어 만들어지게 된다. 그 외로도 밧줄구조, 거북등절리, 용암동굴 등이 나타난다.

                                                            * 환해장성 옆길

 

■ 환해장성과 주변 식생
이 구역은 해안선에 절벽이 이루어지지 않아 낮은 곳으로 해적선의 상륙이 쉬운 곳이어서 길게 환해장성이 남아 있다. 아마도 도로변이 아니어서 훼손이 덜 되어서 구불구불 길게 남아 그 옆으로 나란히 길이 나 있다.
흙이 없는 지역이어서 숲은 조성이 안 되었고, 드문드문 바위틈에 자라는 나무와 풀만 보인다. 제일 자주 보게 되는 것은 우묵사스레피나무다. 그냥 사스레피나무보다는 해수(海水)에 더 강한 것 같다. 바닷가 빌레에 잘 자라는 돌가시나무나, 순비기나무, 사철나무도 더러 보인다. 간혹 구좌읍 해안에 자생하는 노랑무궁화인 황근도 눈에 띈다. 겨울이어서 다른 풀은 못 보는데, 마른 억새나 띠 종류, 간혹 남아 있는 갯쑥부쟁이와 산국(山菊)이 반갑다.

 

                                                               * 모래언덕

                          

■ 모래언덕을 지나 해수욕장까지
빌레 지대가 끝나면서 모래언덕이 이어진다. 이곳은 해수욕장과 가까운 곳이어서 빌레 위에 모래가 날아와 쌓였다. 그리고 지금은 그 위에 풀이나 나무들이 나 있어 모래가 날아가지 않고 그대로 멈춰 있다. 김녕 일대의 모래언덕은 대륙붕에서 해안으로 이동된 모래들이 쌓여 있다가 겨울철 바람을 타고 내륙으로 계속 이동하면서 형성된 것이다. 김녕 모래언덕은 1872년 제작된 고지도에도 표기되어 있을 만큼 오래되고 분포 범위도 넓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겨울 해수욕장에서 파도타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보이더니, 오늘은 바람이 너무 센지 한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모래가 날아가지 않도록 넓은 모래사장을 그물로 덮고 모래주머니로 눌러 놓은 것을 보며, 이를 관리하는 주민들의 노고를 생각했다.   - 김창집 본사 객원大기자.
      - 출처 : 삼다일보(http://www.samda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