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해마다 이맘때면

洪 海 里 2025. 5. 4. 11:08

해마다 이맘때면

洪 海 里

 

 

비 갠

오월 초순

집 뒤 참나무 숲에서

꾀꼬리 울면

송홧가루 가루가루 날리고,

 

때 맞춰

운수재韻壽齋 마당 가득

백모란이 벙글어

막걸리  몇 통 메고

모여드는 소인묵객騷人墨客들,

 

모란과 마주앉아

잔을 비우면

너나 없이

노랗게 눈이 감겼지

해마다 이맘때면.

 

* 운수재 : 임보 시인의 집.

 

* 우이동 뒷산 참나무 숲에 꾀꼬리가 왔다.

어제(5/3) 아침 나절에 올해 들어 처음으로 인사를 하더니 오늘도 청아한 소리를 들려 주었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임보 시인댁 마당에 백모란이 하얗게 치마를 펼친다.

안주인께서 내오는 안주로 우리는 모란 주변에 앉아 막걸리를 비우곤 했는데

올해는 사정상 연례 행사를 하지 못했다.

 

* 사람에게 품과 격(人品/格)이 있듯 시에도 품과 격(詩品/格)이 있어야 하고, 

꽃과 술에도 또한 당연히 품격이 있어야 한다.

2025.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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