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화사기花史記』1975

<시> 달빛

洪 海 里 2005. 11. 2. 06:08

달빛

 

洪 海 里

 

 

4월의 달은 배고파 운다
허리가 굽은 눈썹달의
등을 타고 돌아왔다
빌딩의 창문마다 쓸쓸한 달빛
창유리를 타고 흐른다
슬슬슬 등을 비비고 있는 달덩이
그 보드란 손목을 잡고
시가지를 벗어나면
풋풋한 땅기운이 솟아오른다
보리밭 밀밭의 부러진 팔다리
달빛은 하얀 뼈를 굴리며 논다
뿌연 다리를 물 속에 잠그고
춤추는 불빛과 어울려
허기진 4월
풋나물 한잔술에 취했다
확성기에서 들려오는 거대한 약속
밤하늘을 흔든다 별뿌리까지도
멍멍한 가슴을 쥐어뜯고 있다
허기진 배에 흐르는 취기
눈썹달의 등을 타고 돌아오는 길
달빛도 외로워 춤추는 길에서
우리는 취해서 한 쪽 귀를 자른다.

 

- 시집『花史記』(1975, 시문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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