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화사기花史記』1975

<시> 겨울바다

洪 海 里 2005. 11. 2. 06:10

겨울바다

 

洪 海 里

 

 

갈치 비늘 풀어 한 말
하늘 가득 띄워 놓고
사납게 사납게 부서지는 바람
사해에서 칼을 물고 달려오고 있었다.
수천의 빛이 깨어져
그 빛의 바다마다 하늘이 흔들리고
하얀 이마를 부딪고 있는 파도
맨살로 엉겨 허덕이고 있었다
자잘한 물고기 떼 깊이 갈앉고
바닷개들만 푸른 불을 뱉고 있었다
눈먼 새가 수없이 익사하고 있었다
비늘 떨어진 상어 떼가
제 소릴 잃고 헤매는 무릴 위해
긴긴 밤 뜬 눈으로
죽은 새의 하얀 뼈를 추리고 있었다
파란 불이 난다 허무의 바다여
일진일진 파도를 핥으며
익숙한 수부의 그물을 빠져나온 바람이
바닷속으로 한없이 떨어져 내려
그곳에 묻히는 어둠을 깨고 있었다
밤이면 수천수만 리 밖
수천의 수만의 바다
바다마다 잠깬 고기 떼가 일어서고 있었다.

 

- 시집『花史記』(1975, 시문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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