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화사기花史記』1975

<시> 적막강산

洪 海 里 2005. 11. 2. 06:09

적막강산

 

洪 海 里

 

 

모진 바람은 때없이 불어닥쳐
죄없는 풀잎만 스러진다.

죽은 듯이 엎드린 풀등을 타고
숱한 역사는 쌓이고 쌓인다.

웬일로 비는 그리 자주 내리는지
그 곱던 이슬도 먹혀 버리고

이젠 풀벌레도 울지 않는다
달빛에 절로 취해 울던 벌레여.

금간 가슴으로 서러움을 달래봐야
고운 노래 한 가락 살아나지 않는다.

먼먼 하늘 아득히 피어나는 꽃구름도
강산을 곱히지는 못하나니,

신선한 빛의 화살 사태질 때를
기다리고만 있는 자여.

그대의 금빛 건강한 손이
어둡고 긴 울음소리를 떨쳐버리면,

풀잎은 싱싱히 일어서리라
서로 엉켜 부르며 대답하리라.

 

- 시집『花史記』(1975, 시문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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