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화사기花史記』1975

<시> 벌판

洪 海 里 2005. 11. 2. 06:42

 

벌판

 

홍해리(洪海里)
 

울음이 진하면
눈물이 벌판에 가득하다
서리가 하얗게 일어서는
풀잎 위에
눈이 내린다.

천년을 내려 쌓여도
이리의 울음소린 가리우지 못하고
방황하는 아우성만
바람에 쫓겨 다닌다.

외롭다 외롭다 우짖으며
모두 돌아간 자리에
저만큼 어둠이 다가서면
고흔 빛깔이 진해 되려 어두워
까물어치는 하늘이다.

우리가 곤한 밤에 벌판에 나와 보면
잠들지 못해
뒤채이는 별이야 초롱초롱 살아나지만
벌판은 혼자서 엉엉 울고 있다.

아무래도 우리는
벌판에서 서서
혼자일 수밖에야
어쩌는 수가 없다.

꿈이야 한밤이면 어이 오쟎랴만
외롭다 지워버리는 한 목숨이면
차라리 엉엉 우는 벌판에 서서
나도 같이 목 놓아 울어나 보면.

 

- 시집『花史記』(1975, 시문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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