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화사기花史記』1975

<시> 적

洪 海 里 2005. 11. 2. 06:44

 


 

홍해리(洪海里)
 

돌과 돌 사이를 빠져나온 바람이
나의 겨냥을 훼방놓고 있다.
미궁 속에서 방아쇨 당기는 너의 손
희죽희죽 환상을 기르고 있다.

우리들은 생선처럼 퍼덕이고 있었거니
그러다 한 가닥 햇살에 끌려
바람처럼 내닫고 있다
드디어 관통
전신을 드러내고 울고 있다.

자신이 더욱 분명한 잠 속의 우리
모래알 속을 걸어가는 우린 흔들리고 있다.
지구는 자꾸 뒤채이면서
스러지는 수목들의 모가질 껴안고 있다.

날마다 우리들은
새로운 햇빛과 바람을 맞으면서
싸움에 지레 지치는 일상이지만
산란기 여자들은 표범을 뜯고 있다.

골목 밖 햇살을 투망질하고 있는
사내들의 손마다
코빠진 그물이 들려져 있다
바람이 쏜살같이 빠져나가고 있다.

 

- 시집『花史記』(1975, 시문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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