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화사기花史記』1975

시집 『花史記』 후기

洪 海 里 2005. 11. 3. 06:29



 1969년 제1시집 『投網圖』를 낸 후 여기저기에 발표한 작품 가운데서 
53편을 골라 여기에 묶었다. 혹간 다시 손볼 데는 보았기 때문에 처음
발표되었던 것과 약간 다른 것도 없지 않다. 그래도 아직 미완이긴 
마찬가지이나 이젠 더 손을 대지 않고 그대로 둘 작정이다.
 요 몇 년을 나는 어둠과 같이 살아 왔다. 나를 둘러싸고 놓아주려 들지 
않던 질긴 어둠의 손에 잡혀 어쩔 줄 모르고 있었다.
 한 포기 들풀이 피워내는 순순한 향기나마 가슴에 안고 생명을 밝힐 수 
있는 기쁨은 나의 것이다. 막막한 이 세상에서 이러한 작업으로나마 내가 
구원받을 수 있다는 이 크나큰 은혜를 고맙게 여길 뿐이다. 이러한 은총도 
허락되지 않았다면 나는 무슨 힘으로 나를 지탱할 수 있을지 그냥 암담해
지는 자신을 어쩔 수 없다.
 왜 시를 쓰느냐는 질문을 흔히 받고 나는 답변을 제대로 못해 왔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앞으로도 그러리라 여겨진다.
 아직 나의 피는 너무 덥다. 너무나 많은 것을 사랑하고 너무나 많은 것에
뜨거운 집착을 하려 한다. 다만 새롭고 생명력이 있는 말을 얼마나 찾아
내면서 나를 둘러싼 어둠, 바꾸어 말하자면, 혼돈과 대결할 수 있을지, 
그리고 내 생명에 더 밝은 빛을 더할 수 있을지 모르나 다만 노력할 따름
이다.
 작품을 4부로 나눈 데는 별다른 이유는 없다. 내용상 어떨까 해서 비슷한 
것들끼리 나누어 모아 본 것이고 제2부에는 좀 긴 편인 <화사기>, <년대기>, 
<보리밭>과 최근의 몇 작품을 한데 묶어 보았다.
 이태 전부터 이 책을 낼 계획이었으나 여러 가지 사정에 쫓기다 늦고
말았다. 서문을 주신 문덕수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을 올리며, 발문을 써
주신 양채영 형의 우의에 무엇으로 고마움을 표해야 할지--- 열심히
살면서 더 열심히 정진할 작정이다.

                             1975년 7월 30일
                                                 저자

 

'시집『화사기花史記』1975'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 보리밭  (0) 2011.05.24
시집 『花史記』 발문 / 양채영  (0) 2005.11.03
시집 『花史記』 서문  (0) 2005.11.03
<시> 다시 가을에 서서  (0) 2005.11.03
<시> 겨울 삽화  (0) 2005.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