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우리들의 말』1977

<시> 생명 연습

洪 海 里 2005. 11. 5. 04:20

 

생명연습

 

홍해리(洪海里)
 

간밤 잠 속을 날던
목이 긴 학이
하늘 어느 곳을 어지러이 날다
새벽에 돌아와
풋풋풋 깃을 치고 있다
비바람은 몇 번인가
설레이다 가고
굳은 잠의 사원도 문이 열렸다
달빛도 어느 만큼 달아나고
허공중 어디 쯤서
새벽산이 울고 있다
아득하던 꽃소식도 머리맡에서
언뜻 화창하게 일어서고
겨울 지나 몸난 들말 떼
하늘로 하늘로 오르고 있다
무심한 보리밭가
사랑에 눈을 뜬
동네 개들이 모여
컹컹컹 
생명연습을 하고 있다.

 

- 시집『우리들의 말』(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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