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우리들의 말』1977

<시> 하늘의 무덤

洪 海 里 2005. 11. 5. 04:19

 

하늘의 무덤

 

홍해리(洪海里)
 

만나지 못한 너의 넋을
하늘에 띄우고
돌아와
아내는 밤새도록 앓고 있다.

햇빛 한 번 못 보고
햇빛에 풀려버린
너의 눈빛이
파아란 하늘못이 되었다.

너의 눈썹이 달이 되고
너의 입술이 바람이 되고
너의 손가락이 꿈이 되어서
햇귀같은 볼과 상긋한 숨소리로 살아 있다.

달밝은 밤이면 달빛으로
바람부는 날이면 바람으로
별빛 깨어지는 밤이면 별빛으로
파릇파릇 웃고 있는 너.

그러나
다 모두어 가린 구름장 너머
서늘하니 서러운 나의 아픔이
뿌연 안개로 풀려
하늘로 하늘로 퍼져 흐른다.

- 시집『우리들의 말』(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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