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우리들의 말』1977

<시> 할 말 없음

洪 海 里 2005. 11. 7. 15:06

 

할 말 없음

 

홍해리(洪海里)
 

한 시대의 뒷꽁무니에 헐떡이면서
무슨 할 말이 있으랴
시인이여 할 말 없어라
길 잘 든 개들은 낮에도 하늘에다
컹컹컹 짖으며 앞서 달리는데
시인이여
할 말 없어라 없어라
4월은 돌아와
나뭇가지마다 푸른 싹이 돋아나고
짖밟힌 질경이도 일어서는데
한 시대의 맨 뒷자리에 서서
아아 할 말 없음은
할 말 없음은 무엇인가
목발 짚고 떠난 사랑
어둡고 차운 겨울을
어디서 서성이며 돌아올 줄 모르는지
동구밖에 나가 기다려도
내 사랑아 뜨거운 내 사랑아
할 말 없음은
구융젖 빠는 주린 애처럼 안타깝구나.

 

  - 시집『우리들의 말』(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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