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

<시> 난(蘭)

洪 海 里 2005. 11. 9. 04:56
난蘭
홍해리(洪海里)
 

삼경이러 네 곁에 서면
어디서 묵 가는 소리 들리고
꽃빛 심장을 드러낸 바람과
바닷소리도 홀홀 날려오느니.

별과 달과 모래알과
나무등걸이 모여
정한 물 한 대접에
얼굴을 비추어 보고 있다.

소리없이 부르는 노래
동양의 고전이여,
움직이지 않는 춤
초록빛 의미로 쌓는 꿈이여.

일어서다 스러지고
스러지다 일어서는
타다 남은 장작개비와
휴지조각들의 꿈을 위하여,

진홍의 혓바닥과
은빛 날개,
나부끼는 가는 허리
겨울밤을 홀로서 깨어 있느니.

     (蘭苑. 5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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