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

<시> 통일촌에서

洪 海 里 2005. 11. 9. 06:20
통일촌에서
홍해리(洪海里)
 

하늘에 뜬 임진강변
갈대꽃 여기저기 머리를 풀고 서서
소리없는 통곡을 꺾고 있었다
누렇게 익은 들녘의 땀과 피
한 알 한 알 거두는 농부들의 손
햇살은 무더기로 내려 쌓이고
메뚜기 미꾸라지 모두 사라진
논둑과 봇도랑가 들놓고 서면
절로 익은 풀씨는 저 홀로 지고 있었다
바람과 구름장만 날린 한 세대
녹슨 비애가 허릴 죄어도
가슴에 타는 숨찬 모닥불
돌아가는 모든 빛을 모아
대낮보다 더 밝은 불을 켜리라
논에 들어 낫자루를 굳게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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